•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4
  • 쓰기
  • 검색

(리퓨/약스포)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 솔직히, 이 영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해변의캎흐카
3401 3 4

원문 출처 : https://alook.so/posts/njtwx0z

 

네이버 영화

(네이버 영화)
 

제목부터 예술영화의 냄새를 풍긴다.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니. 어떤 악을 말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악에 대한 내용을 어떤 식으로 풀어냈을까. 포스터 속 소녀는 무언갈 바라보고 있다. 괴물을 본 것인가. 드라이브 마이카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라서 엄청 느린 영화겠지 생각했다. 영화 보기 전엔 호기심이 충만했다. 영화를 보면서는 느린 속도와 싸웠고 끝나고선 끝없이 생겨나는 물음표와 시름했다. 물음표가 뒤통수를 세게 치는 영화였다.

 

순수하고 파랗게 거친

 

영화의 배경은 눈 덮인 벌판과 호수 그리고 숲속의 마을이다. 이를 휘감는 색상은 낮은 채도의 푸른색이다. 연남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보통 자연은 아름답다고 일컬어지지만 여기선 그렇지 않다. 차갑고 거친 느낌이 든다. 주인공 타쿠미와 하나의 옷 색상도 파랗다. 차가운 색상에 어울리게 타쿠미의 말투도 차갑다. 아니꼽게 느껴지기도 한다. 글램핑 사업을 위해 마을을 찾아온 타카하시와 마유즈미를 대하는 마을 사람들 태도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이들의 인간성이 악하다는 것은 아니다.

   

반면, 글램핑 사업을 위해 동네에 찾아온 타카하시는 다르다. 주인공과 1:1 대조가 될 만큼 외투 색상부터 주황색이다. 반말을 쓰는 주인공과 달리 비즈니스적이지만 말투에는 예의도 묻어있다. 적극적인 모습도 보인다.(물론,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입장이니.) 타카하시와 타쿠미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면 원주민과 이주민들 사이의 흔한 갈등 구조로 볼 수도 있다. 수용과 배척 그 사이 어딘가에서 오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네이버영화

(네이버 영화)

 

타쿠미와 하나 그리고 자연에서 풍겨지는 파란색은 깨끗하거나 순수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유해한 느낌이기도 하다. 친환경적 입장에 가까운 타쿠미와 마을 사람들을 보면 응당 푸른색의 배치가 어울린다. 그리고 이들을 설득시켜 사업을 성공시키려는 타카하시를 보면 주황색이 어울리고. 색감의 대비를 통한 연출이 눈에 띈다. 이들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뉘어져 보이기도 한다. 사실은, 일개 회사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직원일 뿐인데 말이다. 

   

사업설명회에서 타쿠미는 글램핑 업체의 제대로 된 설명이 있다면 협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도 한다. 마을 회장은 친환경 같은 거창한 건 둘째치고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 환경을 걱정하고 위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들도 자연을 이용해 생존하고 있다. 목적은 다르지만, 자연환경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하는 업체처럼 말이다. 그래서 타쿠미와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이중적이기도 하다. 외부 세계 시각에선 이들이 오점 하나 없는 순수한 집단으로 보이기도 하겠으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들이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기준을 스스로들에게 한 번 비춰봤었는지는 영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아름답고 순수하면서 차갑고 거친 모습을 가진 자연처럼 타쿠미와 마을 사람들도 이중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색상의 대비와 색상의 이중적 측면을 잘 연출했다.

 

오염수

 

글램핑 사업설명회 장면에서 언급된 ‘오염수‘, ’정화조’, ‘지하수’, ‘식수’ 단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2023년 8월 24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방사능 오염수가 해양에 방출된 사건이 떠올랐다. 작년에 지금까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출에 대한 과학과 비과학의 논쟁이 벌어졌었다.(논쟁거리로 되어버린 것이 어처구니없지만.) 방사능 핵종이 알프스라는 장비를 통해서 100% 안전하게 걸러져서 방출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다, 현존하는 기술로는 방사능 물질을 안전하게 거를 수 없다는 의견들이 지금까지 충돌하고 있다.

 

악존않3.jpg(네이버 영화)

 

글램핑 장소의 정화조가 오물을 완벽하게 정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식수까지 문제가 생긴다는 주민들. 소량의 오염수 배출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타카하시. 이들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현재 상황이 오버랩된다. 실제로 영화에서 이들의 사업설명회 장면을 보면, 볼품없어 보이기도 한다. 마을 주민들의 이의 제기와 허점 가득한 타카하시의 답변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 문제에 있어 한국, 중국 등 타국 정부와 국민에 대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대응과 똑같아 보였다. 심지어는 일본 자국민에게까지 

   

타쿠미는 업체의 제대로 된 설명이 있다면 협력할 의사도 있음을 말한다. 마을 회장은 업체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반응으로 보인다. 이들의 입장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며 이것이 감독의 메시지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까? 이에 대한 확답은 보이지 않았다. 언급한 각자의 입장을 보여줄 뿐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느끼도록 연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방관도 아니고 관조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뭐, 단순히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방출을 결정한 일본 정부를 까는 연출일지도 모르겠다. 

 

무위, 당위, 인위 그리고 악

 

영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이나 낮과 밤 같은 자연의 모습을 천천히 보여준다. 당위적이고 무위적이다. 더불어 인위로 가득한 사건들과 인간들의 행동으로도 가득차 있다. 무위, 인위, 당위는 끊임없이 번갈아가며 상호작용한다. 서로 관련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자연에서 뛰놀던 사슴이(무위) 인간의 총에 의해(인위) 사냥 당하거나. 이에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 글램핑과 오염수 발생으로 인한 식수와 사슴들의 터전에 영향이 미치는 당위적 결과가 그러하다. 인위적 개입으로 인해 당위적인 일의 발생으로 무위는 이전과 다르게 된다.

 

악존않4.jpg

(네이버 영화)

 

전후 개척 세대는 마을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자연을 이용했다. 좋은 말로 포장하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나,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환경 파괴가 정확하다. 그렇다면, 개척 세대는 자연에 대한 악의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자연을 이용하는 건 생존을 위해 당연한 일이었다.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사용하거나 집을 짓고 물을 길어 식수로 이용하는 것, 사슴을 사냥해 식량으로 하는 행위들이 그렇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니 일정 정도 자연을 파괴한 것으로 보이는 거다. 악의적 행위는 없었으나 악의적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글램핑 회사 역시 자연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한다. 마찬가지로 환경 파괴가 맞다. 이들이 마을 주민들 보다 더 환경을 파괴하게 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 보조금 수령을 위해라고 적고 회사의 수익을 위해 마을 주민의 마음을 설득하면서 글램핑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사업체로서의 당위가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 창출이니까. 그래서 그들 본연의 목적을 위해 발버둥 치는 그들을 악하다고만 할 순 없다. 그렇지만, 그들이 초래할 피해를 생각하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들을 두고 마을 회장은 (애초에 당신들도 악한 마음을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닐 테니,) 대신에 책임 있는 태도는 필요하다면서.

 

악존않5.jpg

(네이버 영화)

 

이에 반해, 자연 그 자체는 어떠한 의도도 가지지 않는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낮이 밤이 되는 당연함만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인위가 개입하면 그에 따른 당위적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자연환경이 나빠지는 것에 자연 스스로 악의를 가져서 변하는 건 아니니까. 사슴이 자신의 영역에 넘어오는 인간을 공격하는데 특별한 악의를 가진 것도 아니니까. 각 주체들로부터 행해지는 또는 그 행위의 결과엔 악의는 없다. 작용이 있으니 반작용이 있을 뿐. 

   

영화는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악의 없는 행위라고 해도, 행위의 결과가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 특정 대상에게 피해가 된다면 그것은 악의가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문제 없는 것일까? 문제가 있으니 책임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책임만 지면 괜찮은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자 했던 게 아닐까.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된 것일까?

해변의캎흐카
5 Lv. 2392/3240P

해변의캎흐카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3


  • 즐거운인생
  • Robo_cop
    Robo_cop
  • golgo
    golgo

댓글 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이 영화도 일본 정부 정책을 돌려까는 부분이 있었네요. 작가감독이라면 그런 미묘한 표현을 잘하는것 같고요
12:51
24.04.27.
profile image 2등
영화를 자기의 특징을 잘살려서 괜찮게 만드는건 알겠는데 이 감독의 취향이
저한테는 너무 안맞는 작가주의 감독중 한명ㅎㅎ
14:59
24.04.27.
profile image 3등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살다보면 선악 개념이 모호해질 때가 많아요.
16:44
24.04.27.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호불호 후기 모음 1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8시간 전00:09 1163
공지 [도뷔시]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0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22:17 1458
공지 [디피컬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2 익무노예 익무노예 6일 전20:46 2138
HOT 사카모토 유지 작가 신작 영화 찍고있으신가봐요 1 GI GI 30분 전08:18 167
HOT 페드로 파스칼, 다코타 존슨 - 셀린 송 롬콤 '머티리얼... NeoSun NeoSun 1시간 전07:38 284
HOT 김지원 코스모폴리탄 5월호 비하인드 1 e260 e260 1시간 전07:31 227
HOT 노윤서 V2K 1 e260 e260 1시간 전07:30 239
HOT '인크레더블즈 3' 픽사 제작 예정 NeoSun NeoSun 1시간 전07:05 401
HOT '메갈로폴리스' 런타임 2시간 18분 / 케빈 코스트... 1 NeoSun NeoSun 1시간 전07:05 284
HOT 시드니 스위니, 데이빗 미코드 감독 권투선수 크리스티 마틴... 1 NeoSun NeoSun 1시간 전06:57 235
HOT ‘트위스터’ 뉴포스터 2종 NeoSun NeoSun 2시간 전06:31 294
HOT ‘퓨리오사’ 뉴포스터 2종, 파이널 트레일러 NeoSun NeoSun 3시간 전05:17 402
HOT 블랙핑크 제니 2024 멧 갈라 고화질 1 NeoSun NeoSun 3시간 전05:14 402
HOT [베테랑 2] 티저 예고편 공개 5 시작 시작 8시간 전00:35 3085
HOT 트위스터 2차 예고편 5 zdmoon 8시간 전00:16 1095
HOT 2024년 5월 8일 국내 박스오피스 1 golgo golgo 8시간 전00:01 1220
HOT (약스포) 범죄도시4를 보고 1 스콜세지 스콜세지 9시간 전23:17 482
HOT [약스포][리뷰] 혹성탈출:새로운 시대 - 혹성탈출 페이즈2? 5 클랜시 클랜시 9시간 전23:35 745
HOT 콜미바이유어네임 재개봉 보고 왔어요ㅜ (+용산 아트하우스 ... 5 runaway 9시간 전23:21 531
HOT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일본 프리미어에 참석한 웨... 2 카란 카란 9시간 전23:07 532
HOT 역대급 3부작에서 원숭이 난투극으로 '퇴화', 혹... 2 보내기 보내기 10시간 전22:42 1474
HOT 플랜75 , 각오는 됐나 거기 여자 DVD 개봉기 1 카스미팬S 10시간 전22:34 305
1135739
image
시작 시작 3분 전08:45 37
1135738
image
카란 카란 15분 전08:33 74
1135737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7분 전08:31 90
1135736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0분 전08:28 142
1135735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1분 전08:27 78
1135734
image
GI GI 30분 전08:18 167
113573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7:38 284
1135732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7:37 134
1135731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2 228
1135730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1 134
1135729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1 227
1135728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0 239
1135727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0 143
113572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7:12 372
1135725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7:05 401
1135724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7:05 284
113572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7:02 130
1135722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6:59 173
1135721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6:57 235
1135720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6:31 294
1135719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5:17 402
1135718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5:14 402
1135717
image
선우 선우 6시간 전02:10 608
1135716
image
시작 시작 8시간 전00:44 538
1135715
image
시작 시작 8시간 전00:35 3085
1135714
image
zdmoon 8시간 전00:16 1095
1135713
normal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8시간 전00:09 1163
1135712
image
golgo golgo 8시간 전00:01 1220
1135711
image
golgo golgo 8시간 전23:55 857
1135710
image
클랜시 클랜시 9시간 전23:35 745
1135709
image
중복걸리려나 9시간 전23:30 513
1135708
image
hera7067 hera7067 9시간 전23:26 185
1135707
image
runaway 9시간 전23:21 531
1135706
image
hera7067 hera7067 9시간 전23:19 317
1135705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9시간 전23:17 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