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로 본 국제시장이 불편한 이유.
국제시장을 본지는 좀 오래되었구요. 개봉한 첫 주에 부산에서 올라온 아는 형님의 손에 이끌려 원치 않은 관람을 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있을때는 입을 다물고 있었구요.
저는 국제시장이 소통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통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생각한 영화가 인크레더블입니다.
인크레더블하고 국제시장이 엮이는 게 좀 이상하죠? 뭐 암튼요..
인크레더블은 아마도 다들 보셨을 거에요. 이 장면 기억하시죠?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신드롬과 신드롬의 로봇을 상대하러 가기 전에, 가족들에게 혼자 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가족들을 다시 잃고 싶지 않다며, 그러자 부인인 엘라스티 걸이 화를 내면서 같이 가겠다고 하죠. 가족이니까...
(처음에 보험회사에서 실직한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가족과 소통하지 않고, 혼자서 어떻게든 일을 수습해보려고하다가 사고치죠. 그리고 결국 가족이 위기에 처하구요. 그래서 인크레더블이 '또 다시' 혼자서 신드롬을 상대하겠다고 말합니다. 가족들을 '또' 잃을 수 없다고...하지만 소통하지 않고 혼자서 독단적이었기에, 혼자서 위험을 모두 감당하려고 했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던 엘라스티 걸은 가족이니까 같이 가야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이 전 참 인상깊었습니다. 영화 자체로도 재미있었지만, 가족이라는 것은 모름직이 서로를 믿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가는 공동체여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대문입니다.
다시 국제시장. 국제시장이 불편한 이유는 바로 이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가진 가장 덕수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소통할 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남들이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이해해주기만을 바랄뿐...광부가 되어 독일로 떠날때도, 돈을 벌기 위해 베트남에 갈때도, 그는 언제나 독단적이었습니다.
심지어 부인이 만류하는 장면에서도 소통 하기보다는 오히려 화를 내는 인물이었죠.
그는 여전히 늙어서도 독단적이었습니다. 가족과 같이 있는 장면에서는 가족들을 피해 혼자 골방으로 숨어버리고, 가족과 무엇을 함께 하는 일이 없었죠. 핀잔을 들으면,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데, 그러냐는 식의 표정을 짓고서는 숨어버리죠.
확실히 눈물은 나는 영화였습니다. 이산가족을 찾고, 분단의 아픔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눈물이 흐를수밖에 없었죠.
근데, 솔직히 저는 불편했습니다. 그 외의 모든 장면에서 덕수는 소통하려 들지 않았거든요. 가족들이 모여서 모두 웃고 떠들때 혼자 작은 방에 들어가, 죽은 아버지 사진을 보며, '이만 하면 잘했죠' 라고 말하면서 우는 모습은 조금 소름끼치더군요. 진짜 제대로 잘했다면, 가족들이 모두 모인 그곳에서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만 하면 잘했죠' 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소통할 줄 모르는 덕수를 너무 미화시킵니다. 그리고 이해하라고 강요하죠. 소통할줄 모르지만, 너희들을 위해 희생했으니 이해하고 눈물흘려라...이런 느낌이랄까요.
그것은 절대 이상적인 가장의 모습이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너무 미화시켰어요. 모두를 위해 희생한 마치 가족의 구원자 같다고나 해야할까요. 그게 영화 보는 내내 불편하더군요. 그걸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제대로 된 가족을 이뤄냈다면 함께 있었어야죠. 소통하지 못하는 가장의 자랑(?)스런 모습을 보는 것...또한 그것에 감동하는 것. 조금 불편하더군요.
무엇보다 불편한건, 소통하지 않으려고 하는 기성세대들을 이해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습니다. 소통의 부재때문에 고통받는 청년들에게...호소하는 것 같아서요.
ps.
이건 좀 농담인데..
왜 나훈아가 아니라 남진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도 소통한적이 없다면, 거의 가족과 대화자체가 없는 인물 아닐까요.
그걸 회상장면으로 보여주다니...
영화가 그랬죠. 소통하지 않고 버럭 화부터 내고, 그다음에 회상...그리고..이해해줘. 원래 이건데...라는 식..
추천인 7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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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님 앞에서는 웃으면서 의외로 괜찮네요. 라고는 했지만...
그런데....지적하신 소통의 문제는..... 민족적 특성을 감안해야하지 않을까요?
미국애들이야 워낙 토론이나 쉐어 문화가 보편화 되있는 곳이고.....
우리의 경우는 모 꼭 어르신들 세대가 아니어도 서로 의논하고 토론해서 결정하는 우리 문화는 아니잖아요....
요즘도 그러한데 하물며 어르신들 세대는 더하고... 더군다나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경상도 싸나이니.....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데, 이 영화의 주타겟은 20~30대가 아니라 50대 이상인 것 같더라구요.
40대 초반까지도 어쩌면 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마산사람인 저희 엄마는 엄청 감동받았다고 하시는 걸로 봐서 역시
그 시대 경상도 싸나이 (지금 시대에서는 아무리 경상도 싸나이라도 싸다구 맞겠죠 ㅎ)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표현했다고 생각하면 좀 받아들이기 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상도 사나이라뇨....흥남사람이잖아요 ㅎㅎ
농담이구요....
인크레더블을 봐도 가장 혼자서 독단적으로 행동하려고 해요. 근데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거죠.
가장의 위치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건 보편적인것같아요. 어디서나...
여담인데, 국제시장이 흥남철수이후에 생겨났다고 하네요. 부산에서 오신 형님이 그러네요.
흥남에서 철수한 사람들이 모여서 생겼다고...
상대적인 문화 비교로 본다면 어느 쪽의 이야기(<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과 <국제시장>)가 더 낫고 또 어느 쪽은 불편감을 유발시키는지는 (시대를 지나면서 진화해 온)보편적인 잣대로 구분할 수는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윤제균은 한국적인 문화(특히 사람들이 많은 '시장') 속에 들어간 '우리네 아버지'의 한편을 그린 것 뿐이니까요.
인크레더블은 안봤지만 국제시장에 대한 말씀에 공감이 가는게요.
사람들이 다들 국기에 대한 경례 씬만 말하던데(대통령 언급 덕분인가;)
저는 말씀하시는 후반부가 불편했어요.
아버지가 툴툴대다가 방에 들어가고 거실에 남은 아들딸들은 아버지는 말이 안통한다고 고개를 젓고..
이후에 카메라는 웃고 떠드는 거실의 자식들 + 방에서 혼자 눈물 흘리는 아버지를 한 숏에 담습니다.
참 어리둥절 했어요. 소통 필요 없고 그냥 내가 속으로 삭히고 만다는건가...
그러면서 그 뒤에 하는 말은
"이 고생을 자식들이 아닌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 라니 ㅡ.ㅡ
감독의 전작인 색즉시공도 비슷합니다.
소통의 문제는 비단 국제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모든 한국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이 고립이 되어야 한다는 시나리오 작법의 얘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주위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혼자 고립 되어 고군분투 하는 게 대부분의 한국 영화 주인공들의 특징이니까요.
며칠 전에 케이블에서 사랑과 전쟁을 해줘서 봤어요. 여주인공이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내용의 드라마인데
여주인공이 남편과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끙끙 앓는 거 보고 속 터져 죽는 줄 알았어요.
가족을 위해 산건 맞긴해요
다만 그 가족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참 모질게 굴었던 세대죠
이제 좀 잇으면 50에 진입하지만 정말 불편한 영화였긴합니다
저시대의 부모님은 속이로 참고 내색안하고 자신의 결단으로 지내온 삶이 대부분이라 어쩔수 없는건 맞아요
그걸 그렇게 그린건 맞는데 지적하신 부분 니 졸라 고생했으니 그걸 알아도..하는게 정말 느낌이 안좋더군요
보고 기분이 나빠진 영화였어요 저에게도
아하하하... 정말 그렇네요.
보고 나서 '이유를 정확하겐 모르겠는데 왜 이리 찝찝하고 편칠 않지?' 했던 것의 답 중 하나를 적어주셨네요~~~
소통에 대한 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국제시장 안봤는데, 지적하시는 부분이 뭔지 알 것 같고, 더불어 감독이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도 이해가 갈 거 같네요.
전작들의 만족도에 비춰볼 때, 별로 윤제균 감독 영화 보고 싶지 않아서 패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