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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두 광기가 만나 비로소 완성된 연주

birlo bir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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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괴짜다”

이 말은 음악이라든지 미술이라든지 문학, 과학, 수학 그 어떤 것에서든 흔히 통용되는 마법의 언어다. 실제로 천재로 일컬어지는 많은 인물들의 열전을 보면 인간관계나 사고방식에서 괴이한 행보를 이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는 예술을 음미하고, 실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과학이나 수학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괴짜라 불리는 이들은 대개 성격이 까다롭고 고집이 센 것으로 묘사된다. 자신만의 독특한 이해와 주관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점이 그들로 하여금 격식을 깨고 일상-초월적 영감을 얻는 근간이 된다고들 한다. 그래서 그들의 일탈행위는 창조적 도전의 측면에서 허용되고, 숭고한 것으로까지 격상된다.

그러나 탈선의 허용범주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악보를 쓰다가 영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댄다든지, 사람과의 소통에 지나치게 소홀하다든지, 주변 사람이 자살에 이르도록 방치한다든지, 혹 지나치게 방탕한 생활을 한다든지… 이에 대한 논의는 늘 애매한 경계선상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왔다.

영화 <위플래쉬(Whiplash)>는 바로 그 점에 대해 상당히 인상적인 메시지를 던져준다. 프로페셔널을 위해 광기에 가까운 열정을 쏟는 드러머와 살갗을 찢어발기는 스승의 채찍질은 혐오와 충격 가운데 묘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whiplash2


£광기가 광기를 만났을 때

※이 글에는 직간접적인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있으며, 영화를 봤다는 전제 하에 작성됐습니다.

‘버디 리치’와 같이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드럼연주자가 되고 싶은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 최고가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던 그는 대학 최고의 재즈밴드인 플렛처교수의 연주그룹에 들어가며 꿈을 실현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플렛처교수는 엔드류를 직접 발탁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연습 첫날부터 폭언과 폭력을 쏟아내며 앤드류를 광기로 몰아넣는다.

whiplash1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면 잘했어’ 야”

‘위플래쉬(Whiplash)’란 영화 속에서 연주되는 재즈곡의 제목이다. 이 곡은 중간 드럼파트의 ‘더블 타임 스윙’ 주법으로 질주하는 독주 부분이 일품으로 꼽힌다. 그런데 단어의 원 뜻을 뜯어보면 ‘채찍질’이다. 이는 폭군 플렛처교수의 교육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최고의 실력자지만 제자들을 숱하게 우울증에 빠트리고, 심지어 자살로까지 몰아넣는 그의 강박적 태도는 너무하다 싶은 인상을 받는다. 과연 그의 교육방식이 최선의 선택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주먹다짐까지 하며 격렬히 충돌했던 앤드류가 그의 철학에 답을 준다.

whiplash5

“I’ll cue you!(신호줄게요)”

다급한 엔드류의 외침은 청년의 호기로운 반항처럼 들렸지만, 또한 프로페셔널을 완성하는 근원적 힘이었다. 그 어떤 폭력이나 시련도 그를 삼키지 못했다. 음악적 광기에 휩싸인 플렛처교수의 살인적인 재촉은 오히려 맹렬히 피어오르는 그의 오기에 기름을 붓고, 한계의 벽마저 태워버렸다. 괴이한 예술가들의 삶을 파노라마로 엮으며, 영화는 “예술의 광기는 이해하고, 인정되어야 하는가”란 질문을 자꾸만 던지는 듯 보였다.

엔딩부 「카르반」의 연주장면에서는 등장인물간의 첨예한 갈등관계와 고도의 긴장감을 내리깐 채 기어코 전대미문의 연주를 완성시키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연주가 끝나고 곧바로 단절되는듯한 영화의 끝맺음은 “당신은 이 천재들의 광기를 이해할 준비가 되어있는가”란 물음을 관객들에게 돌리는 것 같았다.

whiplash3

드물게 극장에서 박수가 터져나온 영화. 구지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내릴 필요는 없어 보였다. 다만 음악에 미친 두 천재가 모여 인간적인 공생에는 실패했을지언정 영구히 회자될 위대한 연주를 완성했다는 그 사실 하나만 제대로 남겨두면 될 것 같다.

출처: http://disolate.com/?p=1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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