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무) 매드맥스 - 금속의 꽃, 불 위에서 피를 머금고 모래를 털며 개화하다
어떤 영화는 해석하고 싶지 않다. 매드 맥스는 뇌보다 심장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영화다. 시종일관 금속내와 가솔린 냄새를 풍겨가며 끝도 없이 모래의 망망대해를 질주하는 이 영화 앞에 팔짱 끼고 턱을 짚어가며 이 부분 저 부분을 뜯어보는 작업은 조금 더 차분하게 시간이 지났을 때 해도 될 것이다. 앞유리 너머로는 아득한 무생명의 벌판이 계속해서 자신을 스쳐가고 뒤에서는 광기와 공포를 가득 담은 엔진소리가 날카로움과 둔탁함을 실은 채 추격해온다. 이 미치기 직전의 상황에서도 무뚝뚝한 결의와 이를 악문 본능은 보는 이의 심장을 두들겨대며 몸을 들썩이고 환호를 끌어올린다. 이 추격전은 희망과 구원을 확인해야 하는 순간 말고는 멈추지 않는다. 말 그대로 엔진이 불타오를 때까지 시작과 끝을 속력으로 관통한다.
아뜩하게 펼쳐진 하늘 그리고 그 나머지를 채우는 모래뿐인 육지에서 곱고 텁텁한 질감이 바람을 타고, 그 바람을 몰고 가는 차체 너머로 사람을 덮친다. 잡히면 말 그대로 끝장나는 세계. 이내 속도에 다른 속도들이 더해지고 그 속도를 넘는 또 다른 숫자들이 육중한 본체를 끌고, 뾰족한 쇳덩어리를 던지며 불을 토해내고 다시 모래를 뒤덮으며 그렇게 모래안개와 연기와 기름 내음과 피비린내를 끊임없이 털어버리려고 바퀴들을 멈출 새 없이 굴려댄다. 사방 팔방에서 굉음과 함께 쫓는 자는 쫓기는 자의 거울로부터 등장한다. 그리고 쫓는 자들은 축제를 시작한다. 북소리를 울리고 기타의 사운드가 불길과 함께 울려퍼지면 희멀건 자들은 거무스름한 눈동자에 광기를 희번덕거리며 웃고 소리지르고 천국을 향해 쇠꼬챙이에 자신의 혼을 꼬나메고 환희와 축복을 자신하며 몸을 던진다. 가시 가득한 차체가 뒤집히고, 타고 있던 이들이 허공으로 튀어오르고, 모랫바닥에 처박히고, 타이어가 그 위로 속력의 흔적을 남개고 으깨며 길게 이어진 바퀴자국은 계속 해서 이어진다. 단 한줄의 굵은 자국을 서너개의 다른 굵은 자국과 수십개의 작고 가느다란 자국이 지평선 위를 계속해서 달린다.
그렇게 메마른 공간 에서도 주먹질과 발길질로 부딪힌 인간들은 이내 생존이라는 목적 아래 노려보면서도 같은 쇳덩어리에 몸을 숨기고 눈빛으로 신뢰를 더해가며 닿지 않을 공간을 계속 쫓고 헤맨다. 죽지 못해 사는 자와 죽을 수 없는 자, 그리고 처음으로 삶을 맛보려는 자, 삶에 취해 삶을 모르는 자가 그렇게 쇠사슬을 움켜쥐고 칼을 품고 총을 쥐어주며 뒤따르는 자들과 달라붙는 자들을 끈덕지게 따돌리고 목숨을 지킨다.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안에 담고서, 져버린 생명의 흔적을 새기고서, 맹렬하게 마주보고 떄로는 질끈 눈을 감고 기어이 살아 남으려 모래와 불을 허우적댄다. 돌아갈 수 없는 곳을 등지고서 단 한번도 가보지 못한 그곳을 향해 희망과 구원을 이야기하며 머나먼 곳으로 아련한 눈길을 던진다. 커다란 이빨을 드러낸 채 위협하는 자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는 자들은 안간힘을 다하고 그렇게 이들의 질주는 뜨거운 고동으로 울려퍼지며 두 주먹을 움켜쥐고 발을 구르며 보는 이의 모든 힘줄을 수축시킨다. 그리고 몇번이고 그렇게 긴박한 장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과 귀를 두들기며 탈진 직전의 황홀경으로 몰고 간다.
살고자 하는 이들이 도망치는 이야기다. 그리고 감히 소중한 것을 훔쳐간 놈들을 뒤쫓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한 지도 안에서도 영화는 수많은 이정표를 던지며 남성과 여성을,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다시 태어나는 인간을, 생명력을 돌아보게 만든다. 걱정마라. 사유를 스쳐지나가는 그 깊고 묵직한 개념들 사이에서도 감각은 여전히 팽팽하게 당겨진채로 질주하고 움찔거리며 자극을 멈추지 않는다.그렇다고 아드레날린만 가득한 게 아니다. 뜨거운 생명력이 가슴을 적시며 눈물방울을 자아내기도 한다. 튀어오르고, 돌격한다.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벅찬 가슴과 후들거리는 다리를 옮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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