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간략후기
신수원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 <마돈나>를 보았습니다.
도화지 같았던 여인의 몰락이라는, 어쩌면 결말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를 이야기를
병원에 갓 취직해 병원 안의 비밀을 알기 시작한 여인의 과거 추적이라는 설정과 덧붙여
영화는 미스터리 기법으로 흥미를 유발하며 전개됩니다.
덕분에 관객은 '마돈나라 불리는 여인의 과거'와 '그녀의 생사 여부'에 모두 궁금증을 품게 되고,
이 두 궁금증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하나의 접점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더 큰 감정적 파장을 준비합니다.
신수원 감독은 전작 <명왕성>에서도 보여줬던 '미스터리의 외피를 한 사회극'의 형태를
이번 <마돈나>에서도 이어가는데, 한결 입체적이면서도 더 적나라해진 느낌입니다.
높아진 관람등급만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더 과감하게 보여주니 사실 일면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더 강인한 목소리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한 여인이 끝모를 어둠 속으로 추락하지만 그 어둠에도 끝은 있었고,
그 끝에는 천금과도 같은 한 줄기의 빛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약한 여성이 무참히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는 이를 단지 '남 vs 여'의 성대결로만 몰아세우지 않고,
부, 권력, 성적 우월감 등 세상 곳곳에 도사린 힘의 유혹 앞에서 인간성을 지각한다는 것의 문제로 다가갑니다.
(물론 여성들이 주인공이지만 남성이 무조건 적대적이고 여성이 무조건 호의적이진 않다는 의미입니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목숨에도 값어치가 매겨지고, 최선을 다하면 알아주긴커녕 바닥까지 뽑아먹으려는 개미지옥같은 세상.
그 속에서도 살아내는 것부터, 살려내는 것부터 먼저 하겠다는 의지가 '마돈나'로부터 발현되어 여러 사람을 변화시키고,
결국 '마돈나'는 구원해야 할 대상이면서 동시에 구원자가 됩니다.
한 여인의 삶이 어땠는지를 그녀를 만났던 타인들의 입을 통해 따라가게 되는 과정은
많지 않은 대사와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해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우화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영희, 권소현, 김영민, 변요한 등 연기적으로 딴딴한 배우들이
이처럼 일면 우화적인 이야기에 현실적인 공기를 불어넣습니다.
서영희 배우는 자신의 내밀한 죄책감에 힘입어 생명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인물을 예리하게 연기하고,
김영민 배우는 자본의 논리에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내준듯한 냉혈한을 섬뜩하게 연기하며,
변요한 배우는 자신의 직업윤리와 성공을 위한 통과의례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인물을 현실적으로 연기합니다.
그리고 미나(a.k.a '마돈나') 역의 권소현 배우는 대체 어디있다 이제 나타난 배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유린되어 산산조각난 동화 속 소녀'의 느낌을 서늘하고도 안타깝게 형상화한 그녀의 연기는
올해 각종 영화제 신인여우상 부문에서 이른바 '답정너' 감으로 보입니다.
감독의 전작인 <명왕성>보다 이 영화 <마돈나>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굉장히 다른 성격으로 보이지만 실은 같은 약자인 두 여인, 그리고 끝내 인간의 존엄을 잊지 않은 이들의 연대로
'그래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희망을 펼쳐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힘없고 가진 것 없는 그들이 똘똘 뭉쳐 묵직한 존재로 거듭날 거라 확신하진 못하지만,
적어도 살아 있고 살려고 하는 한 세상 곳곳에 흩어진 공기처럼 누군가의 심장을 소생시킬 거라는 믿음이 영화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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