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쇼퍼] 170213 이동진 평론가님 gv 정리 1탄 (스포)
아 어제 진짜 오랜만에 열심히 '필기'라는 것을 해보았습니다. 손 아플 정도였습니다... 흑흑
정성일 평론가님 때 필기 안 하고 녹음만 한 것 정말 후회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기를 쓰고 챙겨 가서 필기하고 필기한 노트 챙겨 와서 써봅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받아 적은 것은 아니라서
중간 중간 제가 매끄럽게 쓰기 위한 단어 선택이 기존에 평론가님이 하신 말씀과 조금 다를 수 있는 점 이해 부탁 드립니다.
또한 수시로 이동진 평론가님은
내가 말하는 것이 답이 아니며, 감독의 인터뷰나 감독의 생각도 아니며, 나의 생각이니 이 점을 꼭 유념해주시고
이 영화는 해석에 답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모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 잘 만든 이야기, 좋은 이야기란?
어떤 사람들은 정교하고 비싼 레고 블럭, 퍼즐이 잘 맞는 것 같은 그런 이야기를,
어떤 사람들은 완벽한 외관의 흠집 없는 잘 빚은 도자기 같은 그런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잘 짠 그물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물은 그물과 그물코, 빈 여백이 있는데 그 빈 여백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
* 예술가들은 자신의 절망과 싸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글쓰는 사람들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언어의 부족함에 절망하며 언어와 사투를 벌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훌륭한 문학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려는 사투이며,
이 영화는 특히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게 하려는 사투. 혹은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이야기이다.
* 이 영화는 장르적으로도 매우 뛰어나다. 이 영화에서 장르는 외피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를 테면 문자 메세지를 주고 받는 장면이 인상적이고, 영화 내에서 갈수록 많이 나오는데
그냥 보여주는 방식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를 사로 잡는다.
이는 모르는 사람과의 긴박한 대화 같은 이야기적인 면도 있지만 sound와 interval의 활용이 뛰어나다고 본다.
문자를 주고 받는 다양한 태도(바로 답할까? 지금 답할까? 뭐라고 답할지 생각한다거나,
비행기모드로 꺼두고 다른 일했다가 조금 후에 답한다던지 하는 다양한 모습이 모두 잘 그려짐)
양자 사이의 인터벌을 기술적으로 매우 훌륭하게 그려냈다.
화려한 테크닉을 부리지 않는 스타일로 영화를 찍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기교를 확실히 쓴다.
자위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전혀 기교를 부리지 않다가 필요할 때 씀으로 인해 그 효과가 더 발휘된다.
* 영화는 인식의 혼란을 그리는데,
모린과 호텔 직원이 이야기 하면서 흐지부지 되는 fade out, 장면 전환 같은 기법이 이와 맞닿아 있다.
또한 맨 처음 집에서 라라에게 모린이 크로스 표시가 옛날부터 있었냐는 질문에 라라의 답은 나오지 않고 또 화면 전환.
절묘한 시점 쇼트가 인상적이다. 대상을 바라보는데 있어 쇼트와 역쇼트의 결합으로 주어, 동사, 목적어를 보여줄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목적어 없는 타동사 같은 느낌. 그녀가 보는 '행위'를 보여주고 역쇼트는 없다.
이를테면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호텔에 들어오는 존재는 무엇인지 보여주지 않는다.
또한 오히려 초 중반부에는 유령의 형체를 보여주지만, 엔딩 씬에서는 소리로만 들려준다.
그 사람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않는다.
* 이 영화의 이야기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1. 퍼스널 쇼퍼로 일하는 모린의 이야기
2. 쌍둥이 brother (오빠인지 남동생인지 명확히 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 나라는 이럴 경우 오빠라고 번역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루이스에 대한 상실감을 사후 세계에서 벌충하려는 이야기.
3. 잉고와 키라와 관련된 치정극.
이 중 3번은 장르적 외피 느낌의 떡밥. 이 영화에 동력을 부여한다.
무게 중심은 1번과 2번, 특히 2번에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의 바닥에는 루이스가 있고, 루이스는 모린 인식에 내재되어 있다.
퍼스널 쇼퍼의 이야기를 통해 화려한 세계를 보여주는 것을 선택함으로
이 세계는 사후 세계, 영적인 세계와 대비되는 세계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영화가 진행될 수록 오히려 대비되지 않는다.
잉고와 모린이 처음 만나 '보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상업성, 자유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광고주를 더 위하지 않나, 자유가 없지 않나 하는 모린의 질문은 또한
퍼스널 쇼퍼라는 직업에서도 다를 바 없다.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비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적으로 갈수록 이러한 것을 동경하는 모린을 볼 수 있다.
쇼핑을 할 때 갈수록 여벌의 제품을 더 챙긴다. 이는 그녀의 욕망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이성적으로 경멸하지만 마음속에는 욕망이 있는 상태인 것이다.
또한 퍼스널 쇼퍼라는 직업은 '대역'이다. 바쁜 키라를 대신해 무엇인가를 해준다는 것.
직업적 특성이 그렇게 영화에 드러나 있다. (본인이 코디, 스타일리스트 등을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추가 코멘트.)
사후세계와의 교신을 담당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영매 역시 퍼스널 쇼퍼와의 공통점이 보인다.
영화 시작 후 퍼스널 쇼퍼로의 이야기는 한참 후에 나오지만,
매입자의 사정을 대신 확인하는 역할을 영매로 맨 처음 장면에서 모린이 하고 있다.
영매로 수행하는 듯 하지만 영매는 퍼스널 쇼퍼와 유사하게 수동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 두 세계는 대비되는 것이 아니라 밀착되는 것처럼 보인다.
기본적으로 모린은 "I don't belong here'이라는 감정을 가진 인물로 보인다.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않는 것. 키라를 향한 질투, 그리고 루이스를 향한 질투(가 있었으리라 본다고 하심).
죽음에 대한 동경이다. 금기여서 이를 욕망하는 것이라는 극중 대사도 함께 떠올려 볼 수 있다.
(** 이 부분에서 죽음에 대한 동경이라는 표현이 정성일 평론가님의 해석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정성일 평론가님은 병원 씬을 통해 오히려 모린에게 루이스는 트라우마와 같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같은 뉘앙스로
표현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길어지기 때문에 나누어서 쓰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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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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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죽음에 대한 모린의 생각 부분은 2, 3탄 정리 마저 해서 올려 드렸는데 다 보시면 조금 더 뉘앙스 파악이 잘 되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맞아요! 말씀 주시니 생각납니다. 정성일 평론가님은 남동생이라고 표현하셨죠 ㅎㅎ 아 그래서 제가 2회차 관람에서 오빠라고 번역된 부분에서 ??? 했나 봅니다.
영화 감상하시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우와~ 대단하세요!! 다음 편도 엄청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두고 두고 생각해보기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개운하지 않을 영화같지만요 ㅎㅎㅎ
와! 아주 좋은 글입니다...
퍼스널 쇼퍼는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동진 평론가님의 해설은 상당히 의미가 깊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영화라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정리 깔끔하게 잘 하셨네요~
어제 저도 필기 할 걸 했는데 이렇게 잘 정리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톡 프로그램들 보면서 필기 처음으로 했습니다. 영화가 영화인지라... 해야만 할 것 같더라구요 ㅠㅠ 정성일 평론가님 때도 안 한 걸 후회했어가지구...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글 감사합니다ㅎㅎ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수고하셨습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헐..... 녹취도 아닌 필기로 이걸 다 정리하시다니.....
같은 시간에 다른 게스트 대비 1.5~2배의 내용들을 쏟아내는 이동진씨라
스포트라이트 때 넘 우습게 알고 덥볐다가 제대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는데.....ㅎㅎㅎ
아직 보기 전이라 일단 스크랩만 하고 이후 공부(?) 하도록 하겠습니다~ㅎㅎ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
좋게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보시고 감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gv 없이는 도저히 안 될 영화길래 ㅠㅠ 다른 분들께 저도 이 영화를 홍보하는 마음입니다 ㅎㅎㅎ
잘읽었습니다 ㅎㅎ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읽어보니 장면의 전환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이렇게 볼 수 있구나라는 걸 느낍니다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
저도 운루님 덕분에 제 글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ㅎㅎㅎ
영화도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글을 완전 늦게 읽었네요 ㅎㅎ 검색하다보니 여기까지 닿게 됐는데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정말감사합니다ㅠㅠㅠ잘 정리하셨네요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뒤에것도 기다릴게요!
그리고 궁금한게 있는데 단지 금기시된것에 대한 욕망이라는 그 한마디때문에 죽음에 대한 동경이라고 볼수있다고 하셨나요?
저는 죽음에 대한 동경이라고는 생각지도못했는데..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