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피겨스] 알고 보면 좋을 몇 가지 이야기(시대 상황과 이론적 배경) ver.2(스포 무)
어제 올렸던 내용에 부정확한 용어를 수정하고 조금 추가해서 다시 올립니다.
오늘 저녁에 [히든 피겨스] 시사회 보실 분들은 한번 읽고 가시면
관람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저는 2월초와 어제, 시사회 기회가 있어 두 번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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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초,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는 1961년 시점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 무렵 우주개발과 연관된 사건과
조금은 전문적인 내용이 언급됩니다.
이와 관련된 언저리 지식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소련은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합니다.
지름 58cm 작은 금속 공에 불과하지만, 미국 전체는 큰 충격에 빠집니다.
자신들 머리 위로 적국 물체가 지나가며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에...
(이를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부릅니다.)
[스푸트니크 1호]
[아이언 자이언트] 오프닝에 지구를 배경으로 돌고 있는 스푸트니크 1호가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는 냉전과 스푸트니크 쇼크로 인한 당시 미국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충격에 빠진 미국은 1958년 나사(NASA)를 발족하고
모든 역량을 소련 따라잡기에 집중합니다.
'세계 최초 인공위성' 타이틀은 빼앗겼지만
'유인우주비행' 만큼은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러나 1961년 4월 12일 유리 가가린이 최초 유인우주비행에 성공합니다.
[히든 피겨스]는 이 시기 나사가 추진한
1인승 유인우주비행 프로젝트, ‘머큐리계획’을 중심으로 다룹니다.
미국은 ‘머큐리 세븐(7)’으로 불리는 미국인 최초 우주인이 될
후보 우주비행사 7인을 선발합니다.
뒷줄 맨 왼쪽이 미국 최초 우주 '탄도' 비행을 한 앨런 셰퍼드,
앞줄 왼쪽으로부터 세 번째는 존 글렌으로 영화에서 자주 모습을 보이며,
최초의 '지구주회비행'을 성공합니다.
1961년 5월 5일 이들 중 한 명인 앨런 셰퍼드가 최초 우주비행에 성공합니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셰퍼드의 우주비행은
15분 22초 동안 이루어진 ‘탄도비행’입니다.
영화 엔딩의 하이라이트인 존 글렌의 ‘지구주회비행’은
이듬해인 1962년 2월에 성공합니다.
여기까지는 소련의 뒤를 따라가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승부를 역전시킬 비장의 카드를 꺼냅니다.
앨런 셰퍼드 성공 직후 케네디대통령은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고 발표합니다. ‘아폴로계획’입니다.
영화에서는 이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아폴로계획 관련해서는 HBO [지구에서 달까지] 시리즈와
이 시리즈의 바탕이 된 톰 행크스 주연의 [아폴로13]을 추천합니다.
[히든 피겨스] 주인공 수학 천재 캐서린 존슨은
영화에서 복잡한 수식들을 백묵으로 칠판에 쓱쓱 써내려 갑니다.
이것은 간단히 말해 우주인과 우주선을
어떻게 하면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킬 수 있는가
그 방법에 관련한 수식입니다.
우주비행의 최종 목적은 우주인의 무사 귀환입니다.
참고로 캐서린 존슨의 성 '존슨'은 영화에서 재혼한 제임스 존슨의 성입니다.
그전까지는 영화에서는 '캐서린 코블'로 쓰고, 불립니다.
1939년 결혼한 첫 남편 제임스 코블은 1956년에 뇌종양으로 사망합니다.
앞서 앨런 셰퍼드는 ‘탄도비행’에 성공합니다.
‘탄도비행’은 하늘로 공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하늘로 던져진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땅에 떨어집니다.
초기 발사 속도와 각도를 알면
언제, 어디에 떨어질지 어렵지 않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대기 밀도, 온도, 풍속, 풍향 등 여러 변수가 있어 간단하지만은 않지만...)
존 글렌의 우주여행은 타원을 그리며
지구를 한 바퀴 완전히 도는 ‘지구주회비행’입니다.
아래는 뉴턴의 [프린키피아]에 실린, '인공위성의 이론적 원리'와 관련된 그림입니다.
공을 던지면 어느 정도 날아가다 떨어집니다.
좀 더 빠른 속도로 던지면 좀 더 멀리 날아가고,
속도를 높이다보면 결국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것입니다.
우주공간은 거의 진공이서 저항이 없고, 한번 돌기 시작한 물체는 계속 돕니다.
날아가다 떨어지는 건 '탄도비행', 완전히 한 바퀴 도는 건 '지구주회비행'입니다.
‘지구주회비행’은 지구를 한 바퀴 완전히 돕니다.
그런데 한 번 돌고 떨어지는 게 아니고 그냥 두면 계속 돕니다.
(물론 영원히 돌지는 않습니다만...)
인공위성이야 계속 돌아도 문제가 그려려고 만든 거지만,
우주비행사는 집에 가야합니다.
돌고 있는 우주선을 지구로 불러들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속도를 줄이면 됩니다.
돌고 있는 방향으로 로켓을 분사하면 속도가 줄고,
속도가 줄면 고도가 낮아집니다.
대기가 짙은 고도까지 내려오면 공기저항으로 속도는 더 줍니다.
이젠 낙하산을 펼쳐 내려오면 됩니다.
소련은 얼어있는 바다 밖에 없는지라 평원에 착륙합니다.
미국은 양쪽으로 대양을 갖고 있어서 바다에 착수합니다.
아래는 머큐리계획에 사용한 1인승 우주선 머큐리 캡슐입니다.
앞쪽 주황색 부분은 발사할 때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캡슐을 로켓으로부터 분리해
벗어나게 해주는 '비상탈출로켓'입니다. 정상 발사되면 분리합니다.
맨 아래 붙은 게 지구 귀한할 때 역추진하여 속도를 줄이는 로켓입니다.
점화해 속도를 줄인 후에는 떼어냅니다.
영화 속에서 이걸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달고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잘 보세요. ^^
캡슐 아래 펑퍼짐한 면이 열차폐막입니다.
대기권 진입시 공기저항으로 온도가 수천 도까지 올라갑니다.
이때 캡슐을 열로부터 보호해줍니다. 역시 영화 후반에 언급됩니다
이론은 간단합니다.
그런데 지구 위 어느 지점에서 로켓을 점화하고,
얼마의 힘으로, 얼마 동안 분사해 감속해야
원하는 위치에 착수시킬 수 있는지,
그것을 계산하는 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주인공 캐서린 존슨에게 주어진 과제가 바로 이 것입다.
바다는 넓으니 대충 떨어져도 되겠다 싶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착수한 우주선 근처에 배가 접근한 후 헬기를 보내 데려옵니다.
그런데 배에서 너무 멀면 배 속도로 한참 가야 합니다.
바다에 착수하니 자칫 우주선이 침수돼 침몰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앨런 셰퍼드 이후 두 번째 탄도비행한 거스 그리섬이 탄 머큐리 캡슐이 착수 후 침몰합니다.
비상시 캡슐 해치(문)을 폭발시켜 열 수 있도록 했는데,
우주비행사 실수인지, 오작동인지 알 수 없는 문제로 해치가 폭발로 열리고 침수돼 침몰한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오작동으로 판명났다고 합니다.)
이 부분도 영화에서 다룹니다.
착수 위치 오차범위가 최대한 작아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우주개발 관련 배경 외에 당시 미국 남부지역의 인종차별(분리) 상황도 좀 아시면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될 것 같군요.
영화를 보면서 좀 놀랐습니다.
몇 백 년 전도 아니고 고작 50여 년 전인 1960년대초 상황이 저정도였나 하는 생각에요.
팟케스트 [지대넓얕] 최근 두 회가 이 영화를 감상하는 데 참고할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134회 - [혁명] 흑인민권과 버스안타기 운동"은 1960년대초 인종차별 상황과 이에 대한 저항운동을,
"135회 - [혁명] 우주 경쟁의 역사"는 [히든 피겨스]를 주제로 제가 위에서 언급한 우주개발 역사와
이론 부분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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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절차 중 단 한 단계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게 치명적일 수 있으니까요.
가끔 '지구에서 달까지'를 보면 참 잘 만든 드라마란 생각이 듭니다. ^^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결론은 나 있기에 스포라고 할만한 건 없어요. ^^;;;
저도 시사회 보고 왔는데 영화보고 나서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
스포에 대한 기준이 다르고, 민감한 분들도 계셔서 최대한 조심해서 쓰긴 했는데요.
몇 부분은 조금 수정했어요. ^^;;;
차별을 극복하는 소수자들 이야기지만, 그 배경은 과학기술인지라
이공계 쪽 분이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라 생각해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아는 거니까요. ^^
예전에 지구에서 달까지.. 미니시리즈 보는데...
오작동이 고작 1~2퍼센트라고 할지라도 수많은 부품들이 있는 기계에서 그렇게 오작동한다면 치명적이다..
그랬던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