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21
  • 쓰기
  • 검색

[차이나타운] 간략후기

jimmani
6191 6 21

익무의 은혜 덕에 <차이나타운>을 시사회로 먼저 보았습니다.


느와르라고 앞서 말씀은 드렸지만, 사실 이 영화는 느와르의 탈을 쓴 모녀 이야기에 가까워 보입니다.

영화가 생각보다 정적이고, 폭력성이 높지만 폭력이 난무한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일영(김고은)의 변심과 이후 일어나는 그 모든 끔찍한 일들은,

마치 엄마(김혜수)와 일영 사이에 흐르는 감정을 제대로 그려내기 위한 배경처럼 느껴집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처럼 엄마와 일영이

제대로 격돌하는 건가 싶었지만, 이들은 격돌하기보다는 갈등합니다.

엄마의 세계를 벗어나고픈 일영과 그녀를 잡아두고픈 엄마가 주고받는 섬뜩한 눈빛은,

이 영화가 느와르물을 표방해서 그렇지 한 발짝 물러나면 독립할 때가 다가온 딸과 엄마의 갈등을

조금 극단적으로 묘사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엄마는 일영에게 쓸모 없어지면 죽여버린다고 시작부터 엄포를 놓지만,

그녀가 일영을 대하는 태도는 영락없는 '진짜 엄마'의 모습입니다.

늦게까지 연락이 없으니 계속 전화를 반복하며 잠을 청하지 못하는 모습하며

딸이 자신을 제대로 들이받으려는 순간마저도 같이 도발하기보다 먼저 누그러뜨리는 모습까지,

엄마는 자신이 엄마이기를 거부하는 듯 하면서도 실은 일영의 실질적인 엄마가 되어갑니다.

가족이라는 언급에 "우리가 식구야?"라고 발끈하고, 가족을 저버린 과거사도 있지만

실상 그녀에게도 가족, 특히 엄마의 자리는 떨칠 수 없는 아우라와도 같은 것이었고

그것은 곧 일영에게도 그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는 것이죠.


엄마와 일영, 그들 사이에 있는 듬직한 오빠 우곤(엄태구), 밖에서 사고만 치는 여동생 내지는 옆집친구같은 쏭(이수경),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하는 어린 남동생 같은 홍주(조현철), 독립해 나가서는 밖에서 가족들 속 긁는 막내삼촌 같은 치도(고경표),

제일 밖에 나서서 일하는 가운데 엄마한테 찍소리 못하는 아빠 같은 안선생(이대연)까지.

이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마가흥업 안팎의 사람들은 사실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 그대로인 듯 합니다.


이야기가 철저히 여성중심적으로 전개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남성이 어떤 심리적 변화를 가져올 순 있어도 결국 삶과 선택을 책임져야 하는 건 여성들 자신이며,

그렇게 부딪치는 여성들 사이에서 남성들은 희생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여성이 성적으로 소비되는 장면도 없고요. (영등위에서 판단한 이 영화의 선정성은 '전체 관람가' 수준입니다)


영화가 정적인 가운데에서도 뜨거운 심리드라마로 와닿게 한 일등공신은 물론 김혜수, 김고은 배우의 명연기입니다.

커리어 사상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주는 김혜수 배우는 일체의 표정변화도 주지 않은 채

차이나타운에서 음험하게 살아 온 엄마라는 캐릭터에 우아함을 부여합니다.

그 눈빛과 표정에 비정함과 비열함, 그리고 일말의 연민이 같이 들어가 있는 듯 한 게 무척 신기합니다.

한편 김고은 배우는 <몬스터> 때와 또 완전히 다른 절제된 내면 연기로

역시 충무로가 사랑할 만한 젊은 배우라는 걸 확인시켜줍니다. (전 <몬스터>도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ㅎㅎ)

종이 한 장 차이로 냉혹함과 순수함, 연약함을 오가는 모습이 놀랍습니다.

이외에도 고경표, 박보검, 이수경, 조현철, 조복래 등 젊은 배우들을 개성있는 캐릭터로 효과적으로 활용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박보검 배우의 캐릭터가 영화 전체 톤에서 좀 튀는 느낌이 드나, 선량함과 낙천성이 '척 하는' 게 아니라

진짜인 듯 느껴지는 표정을 보여줘 그래도 다행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액션 느와르를 기대한다면 상대적으로 느린 호흡의 <차이나타운>이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큰 세계 앞에서 떨쳐내려고 해도 떨칠 수 없는 모성의 울타리 안의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느와르라는 분위기 안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차이나타운>은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갱스터물의 주인공들이 엄마와 딸의 관계로 치환되니 새삼스레 이런 감흥이 든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익무 덕에 좋은 영화 잘 보았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6

  • 다찌마와리
    다찌마와리
  • Seraph
    Seraph
  • 구들장
    구들장
  • 파도
    파도
  • 카메라
    카메라
  • 피자나라치킨공주
    피자나라치킨공주

댓글 21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1등
포인트팡팡녀!
축하해~! jimmani님은 10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23:16
15.04.28.
포인트팡팡녀!
jimmani
축하해~! jimmani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23:50
15.04.28.
3등

오오 짐마니님께서 이렇게 호평을 해주시니.......

그래도 안봅니다. 이미 늦었음 -ㅠ-

23:45
15.04.28.
jimmani 작성자
王天君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다 있는 법이니까요 ㅎㅎ 저도 그 중 하나일 뿐이고요.
23:51
15.04.28.
profile image

남자배우들의 연기가 좀 그렇긴 했지만.. 두 여성의 카리스마 연기가 그래도 볼만했기에.. 저도 박수를..

00:42
15.04.29.
jimmani 작성자
주니준이
여성이 단연 돋보이고, 남성들이 들러리로 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ㅎ
09:26
15.04.29.
profile image
김고은 연기 보면서 몬스터때 모습이 샥 지나가는데 신기하더라구요 저는 몬스터 핵노잼 영화로 꼽으려고 했는데 짐마니님은 재밌게 보셨나봐요ㅎㅎ
저는 조연들 연기합도 괜찮게봤는데요 내용 혹평탓에 약간 가려지는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00:44
15.04.29.
포인트팡팡녀!
구들장
축하해~! 요히와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00:55
15.04.29.
jimmani 작성자
더두나윤
연기합은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마가흥업 식구들의 앙상블이 꽤 보기 좋더라구요.
09:26
15.04.29.
profile image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첫 술에 배부르진 않겠지만 첫 연출작에 칸까지 가고 감독님도 대단하신 것 같아요

00:56
15.04.29.
jimmani 작성자
구들장
감사합니다. 비슷해 보이는 내용에 대한 색다른 시선이 감독의 미래를 기대하게 합니다.^^
09:27
15.04.29.
profile image
가족내의 갈등을 극단으로 표현하려 했다는 느낌은 받았어요 ㅋㅋ
개연적인 부분이 맘에 안들지만..ㅜ
00:58
15.04.29.
jimmani 작성자
Seraph
개연성은... 리얼리티라기보다는 우화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ㅎㅎ
09:27
15.04.29.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캐릭터의 감정선을 세심하게 잘 잡은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꼭 극장에서 봐야겠어요
02:28
15.04.29.
jimmani 작성자
고든프리맨
사건이나 액션보다는 감정에 집중하신다면 영화를 더 인상깊게 보실 수 있을 듯 합니다.^^
09:28
15.04.29.
포인트팡팡녀!
jimmani
축하해~! jimmani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09:28
15.04.29.
profile image

흠..액션느와르를 기대하고 있던 사람이라 느린호흡이란 점이 좀 걸리긴 하지만

저또한 몬스터를 좋게 본사람으로써 기대가되네요!

10:54
15.04.29.
jimmani 작성자
우욥
주요 캐릭터의 성별이 바뀌면서 그로 인한 장르의 성격도 바뀐 느낌입니다. 하지만 새로우실 겁니다.^^
13:59
15.04.29.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범죄도시 4] 호불호 후기 모음 2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2일 전08:38 14115
HOT 일본영화 "작은사랑의 노래" 재미있네요!! 3 카스미팬S 1시간 전14:03 293
HOT 넷플릭스 '시티헌터' 로튼토마토 리뷰 1 golgo golgo 1시간 전13:46 628
HOT [불금호러] 환자를 골로 보내는 명의 - 닥터 기글 5 다크맨 다크맨 4시간 전10:37 728
HOT 해골이 티켓 배부, '악마와의 토크쇼' 시사회 4 golgo golgo 2시간 전13:05 626
HOT 범죄도시4 관객의 니즈를 충족시킬지 아는 영리한 영화 5 메카곰 2시간 전13:13 499
HOT 잘만들어진 수작급 B급병맛 음악영화"워크하드:듀이 콕... 2 방랑야인 방랑야인 4시간 전11:10 468
HOT <오펜하이머>를 보고 2 도삐 도삐 2시간 전13:01 349
HOT 야마다 나오코 감독 [너의 색] 장면 공개+코멘트 5 중복걸리려나 3시간 전12:08 514
HOT <데드풀과 울버린>의 쿠키 장면은 ‘너무 충격적’? 원... 4 카란 카란 3시간 전12:06 1804
HOT 마블 슈퍼 히어로 중 가장 오랜 경력 배우 2 시작 시작 3시간 전11:48 1040
HOT 숫자로 알아보는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5 중복걸리려나 4시간 전11:23 296
HOT <엑스맨> 진 그레이 역 팜케 얀센, MCU 출연 가능성 암시 6 카란 카란 4시간 전11:22 1484
HOT <에이리언: 로물루스> 출연자, 제노모프가 정말 무서웠다 4 카란 카란 5시간 전09:50 1258
HOT 리들리 스캇 '글래디에이터 2' 베가스 테스트시사... 4 NeoSun NeoSun 6시간 전09:02 1422
HOT 레옹 영화 관람후 큰일날뻔 했네요. 9 RockFang RockFang 4시간 전11:21 1366
HOT 넷플릭스 '시티헌터' 엔딩곡 오리지널 버전과 비교 1 golgo golgo 4시간 전11:05 357
HOT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일본 블루레이 7월 ... 4 golgo golgo 4시간 전10:51 440
HOT 잭 스나이더가 슬로우 모션을 남발하는 이유 11 시작 시작 5시간 전10:13 1825
HOT 스즈키 료헤이의 스펙트럼에 놀란 어느 일본인 8 중복걸리려나 5시간 전09:59 994
1134144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0분 전15:15 67
1134143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5분 전15:10 159
1134142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4:35 347
1134141
image
카스미팬S 1시간 전14:03 293
1134140
normal
뚠뚠는개미 1시간 전14:02 218
1134139
normal
대전imax 1시간 전13:57 420
113413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54 313
1134137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53 353
113413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50 244
1134135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3:46 628
1134134
image
슈퍼쏘니 1시간 전13:43 315
1134133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3:23 233
1134132
normal
메카곰 2시간 전13:13 499
1134131
image
중복걸리려나 2시간 전13:12 173
1134130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3:05 626
1134129
image
도삐 도삐 2시간 전13:01 349
1134128
normal
토루크막토 2시간 전12:43 1323
1134127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12:16 486
1134126
image
중복걸리려나 3시간 전12:16 375
1134125
image
중복걸리려나 3시간 전12:08 514
1134124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3시간 전12:06 378
1134123
image
카란 카란 3시간 전12:06 1804
1134122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12:01 384
1134121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1:51 446
1134120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11:48 1040
1134119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3시간 전11:43 231
1134118
image
중복걸리려나 4시간 전11:23 296
1134117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11:22 1484
1134116
image
RockFang RockFang 4시간 전11:21 1366
1134115
image
중복걸리려나 4시간 전11:21 201
1134114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1:15 528
1134113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4시간 전11:14 197
1134112
image
방랑야인 방랑야인 4시간 전11:10 468
1134111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4시간 전11:06 340
1134110
normal
golgo golgo 4시간 전11:05 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