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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에서 밝힌 류승완의 [베테랑] 비하인드 스토리

장박 장박
18440 10 9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 에 출연한 류승완 감독이
3시간 반에 걸쳐 썰을 푼걸 글로 옮깁니다.
물론 그동안 봤던 인터뷰들과 겹치는 부분도 있을겁니다.


Q. 천만 감독이 된 소감
- 사실 400만이 목표, 500만이면 대성공이라 생각한 영환데 얼떨떨하다. 기분 나쁘다면 거짓말이고 좋기는 한데, 숫자가 나를 흔들지는 못하는거 같다. 그 1000만이 지지해주는 1000만이냐 손가락질하는 1000만이냐는 다르지 않나. 1000만에 여전히 나를 비판 하는 퍼센테이지가 있는데 그 절대 숫자가 많아진거다. 그러한 비판들이 오히려 내게는 더 중요하며 놓치지 않고 보려고 한다.

Q. 제일 아팠던 비판
- "저렇게 맞고 저 정도 돈 벌면 해볼만한거 아니냐?" 라는 반응. 그리고 "반쪽짜리 통쾌함" 이라는 반응.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수갑을 채우고 할 일을 다 했는데, 영화 이후의 법정 판결에 대해 믿지 못하고 있더라. 이건 정상적인 사회라면 분명히 해피 엔딩이고 형량에 대해서도 대사로 알려주는데, 그대로 판결이 되지않을거라 생각하는 관객이 많더라. 사실 영화 자체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길래 그런가 싶어 씁쓸하다.

Q. 시대를 읽고 대중의 심정을 긁어준다
- [부당거래] 때는 촬영 들어가기 직전 '스폰서 검사 사건' 이 터져서 놀랐었는데, [베테랑] 때는 편집본 모니터 시사회를 하는 당일, '땅콩 회항 사건' 이 터지더라. 그리고 시사회 반응이 투자/배급사 사람들도 놀랄 정도로 엄청 좋았다. 그때야 때마침 그 사건이 터지며 나온 특수한 반응이라 생각했는데, 그 다음 CG와 음악을 입힌 버전의 시사회에서 반응이 또 좋았다. 결국 이런 쪽의 스트레스가 대중에게 누적 되었었구나 알게 됐다. 사실 이런 악당은 70년대부터 있었지 않나. [베테랑]은 비유나 은유 없이 직설로 응징하는 영화라서 보는 맛이 있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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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도철의 모델이 주진우?
- 주진우 기자가 갖고 있는 '굳이 저정도까지 해야되나' 싶을 정도의 프로 정신에 대해 존경심이 있다. 그리고 배우 황정민 이전의 인간 황정민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다. 또한 [부당거래]때부터 친하게 지낸 형사, 조폭 담당 출신에 굉장히 의로운 친구가 있는데, 영화 제작에 가장 큰 도움을 주었음에도 크레딧에 이름조차 못 올리게 한다. 공무원은 그렇게 이름 팔고 다니는거 아니라고.. 이런 사람들의 영향이 분명히 크다.
Q. 악당 조태오
- 나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누가 봐도 나쁜 행위를 하긴 하는데, 조태오는 그게 나쁜건지 모르는거다. 뭘 해도 주위에서 다 수습 해주니까 선악과 시비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가 없이 자란 인물이다. 조태오는 모두 진심이다. 엘리베이터에 환자들을 같이 태우는 것도 진심어린 선민 의식이다. 배기사 폭행도 실제 '맷값 폭행 사건' 과는 다르게 해석한 건데, 조태오는 적선 하는것처럼 보이기 싫어 싸움이라는 자기만의 명분을 붙인거고, "돈 몇푼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에요" 하는 것도 진심이다. 배트맨 장난감 이란 소품은 똑같이 재벌가 상속 부자이지만 배트맨은 선한 인물인데 반해 조태오는 그것도 모르고 갖고있다는 아이러니를 표현한건데, 사실 조태오 본인에겐 그저 취향일 뿐이다.  

 개를 죽이거나 스파링 중 다리를 부러뜨리거나, 쌓여서 터트리는 분노가 아닌, 우발적인 행동을 하는 미성숙한 아이다. 조태오가 유발시키는 공포는 훈련되지 않고 판단 능력이 없는 이가 권력을 쥐었을 때의 공포다. 어린 아이들이 개구리나 곤충을 잡아서 해꼬지 하는것은 그게 잔인한건지 몰라서 그러는거다. 선악과 죄의 개념은 교육을 통해 형성된다. 배우지 않았으니 모르는게 나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권력을 갖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거라면 알아야만 한다. 진짜 문제는 그걸 몰라도 되게끔 만든 주변의 시스템이다. 편집 하면서도 조태오가 관객에게 설득이 될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가능하다 싶어 결정했다.   

 조사를 해보니, 3세 정도 되면 이런 인물이 나오기 힘들다고 한다. 이젠 기업들도 진화해서 이미지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기 때문에, 실제로 인성 등에 굉장히 훈련을 받는다. 그래서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서자 계열로 설정했다. 진부할수 있지만, 나는 영화의 사실성과 질서를 잡아야 했다.

Q. 조태오는 왜 갑자기 포드 머스탱을?
- 나는 차에 대해 거의 모른다. 국산차 외제차만 구분할 정도? 포르쉐 카이엔(영화 중반)과 포드 머스탱(마지막 차량액션씬)이 그렇게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지 몰랐다. 그냥 스티브 맥퀸의 [블리트]를 좋아해서 머스탱을 쓰자고 했는데, 피디들이 이건 재벌가가 탈 차가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한번 머스탱 소유주들을 조사해봤더니, 낭만스러움 때문에 취향으로 타는 사람도 많다더라. 그래서 조태오 역시 취향으로 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게 그렇게 지적을 많이 받을지 몰랐다. 만약 이 영화가 처음부터 여름 시즌에 개봉할 예정이었다면, 나도 예산을 늘려 더 좋은 차를 태웠을텐데..

Q. 조태오는 불임?
- 삭제된 장면이 있다. 다혜는 사실 매니저와 짜고 조태오를 임신으로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했다. 그런데 서도철의 조사 결과 조태오는 집안에서 정관 수술을 시켰다는거다. 다혜는 그걸 모르고 조태오의 파티에 찾아갔다 험한 꼴을 당한다. 즉, 이 삭제 장면에 서도철이 매니저로부터 마약 파티의 진상을 알아낸 경위, 조태오가 다혜를 그리 심하게 다룬 이유가 나온다. 그런데 전체적인 리듬상 덜어냈다. 

Q. 최대웅 상무
- 세상에는 자신의 삶과 자존감보다 자신을 비춰주는 윗사람의 존재가 무너지면 안된다고 믿고 사는 사람이 있다. 나는 최상무의 아버지가 그런 인물이었을거라 본다. 자신과 아들의 능력으로는 이 관계를 역전시키지 못한다는걸 아는데 그렇다고 배신할만한 배짱이 있는것도 아닌 사람.  그래서 자식에게 이사람의 등만 보고 따라가도 꼴찌는 면한다는 컨셉으로 교육을 시켰다고 본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누군가 최상무에게 왜 너는 형이면서 조태오가 시키는걸 하고다니냐고 물으면, 그 물어본 사람에게 화를 냈을 인물이라고 본다. 

 요즘 재벌가는 떡볶이, 두부 같은걸 팔지를 않나 창피한걸 모른다. 하지만 그들 입장에선 시간이 갈수록 챙겨야할 식구들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그 안에는 수 많은 배신과 담합이 있어왔을테고, 최상무는 오바 하다 튕겨나간 이들도 봤을텐데, 자신이 왕이 되지 못할거면 힘 있는 자의 편에 서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믿게된거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보이지않는 곳에 투자를 해야한다는걸 안다.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많이 보는데 과연 자존감을 버려가며 그러는 것이 옳은 삶인지 모르겠다.

Q. 조태오측 대응이 너무 허술?
- 치밀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동안 치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큰 일은 경찰 청장 출신의 고문을 통해 해결했고, 작은 일은 빽 주고 돈 주고 자식 교육 지원해준다고 하면 늘 막아왔으니까. 그런데 경험해보지 못한 서도철 이란 통제 안되는 이상한 인물이 치고들어온거다. 실제 재벌가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은 '실수' 를 해서 일어난다. 땅콩 회항 사건만 봐도 어이없는 실수다. 90년대엔 보도국 기자들 보는 앞에서 경찰에게 욕을 하며 말 실수를 하던 일도 있었다. 이번 롯데 역시 업무가 제대로 돌아갔다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실수다. 

 보통 때라면 최 상무가 가리봉동에서 전 소장을 만나 옥상에서 양꼬치를 구워줄 일 자체가 없다. 조태오가 갑이고 최 상무가 을인데, 최상무가 다시 병-정에게 오더를 내리던 시스템이라 이런 일까지 직접 갈 일이 없었을테니까. 근데 또 전 소장 제안을 들어보니 그럴싸 한거다. 원래 사람이 아킬레스건이 노출된 상황에서 자기 전문분야가 아닌 얘길 듣다보면 홀리기 쉽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 사기 걸기가 그렇게 쉽다.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셨기 때문에 연약해진 사람이 얼마나 귀가 얇아지는지를 잘 안다. 

 만약 조태오 일당이 정말 고단수 였다면 사과를 했을거다. 그랬다면 저질렀던 범죄는 덮였을거다. 그런데 사실 우리 정치권이든 사회든 보다보면 어설프게 덮으려다 뒤에 있는 큰 사건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땅콩 회항도 어설픈 사과문이 도화선이 되어 항공사의 시스템이 드러나버렸다. 최상무가 구치소에서조차 내일 조태오 싱가폴로로 뜬다고 가르쳐주는건, 그 순간까지도 너흰 우릴 못막는다 믿은거고, 조태오가 도망가는 것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귀찮고 짜증나고 어이가 없는거다.

Q. 죽지 않은 배기사를 왜 떨어트렸는지?
- 논리로 얘기할 문제 라기 보다는 순간적인 계산, 그리고 실수가 더해지며 일어난 것이라 보는게 맞을거 같다. 사고는 발생했고 누군가는 수습을 해야되는 상황에서 최상무가 계산을 해본거다. CCTV는 꺼져있었고, 목격자는 우리뿐, 무엇보다 본인들 소유의 병원이라 구타 흔적도 투신 자살에 몰아넣을수 있었고, 지금 숨은 붙어있지만 회복되긴 힘들겠구나 생각했던거다. 안 죽고 깨어나면서 일이 꼬인거지. 듣기로, 어느 대기업에서 내부 고발자 문제로 골치를 썩다가 생명을 위협할만한 건에 관해 회의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실행은 차마 못했다지만..

Q. 아트박스 사장
- 마동석 선배가 다른 촬영 하다가 밤에 특별 출연 하러 왔는데, 돌아다니다가 아트 박스를 보고는 이런 대사를 넣고 싶다고 했다. 나도 재미있다 싶었는데 허락을 받아야지. 혹시나 허락이 안될시를 대비해 대안을 생각한건 '올리브영' 이었다. CJ꺼라 안전하게 쓸수 있다고 했다.  근데 "나 올리브영 사장인데" 하니 사람이 너무 동글동글 해지더라. 아트박스의 장점은 문방구라 서민적인 상호라는 것도 좋았다. 아트박스 사장이 분노할 정도면 큰 분노다! 이런거. 근데 이렇게까지 반향이 클 줄은 몰랐다.  ​

Q. 광수대 총경(천호진 역)
- 결정권자들은 선택을 내릴 때 누구를 위해 어디를 보고 하느냐가 중요하다. 영화에서 총경은 관객들이 원할만한 결정을 내렸는데, 이 사람이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는 결정을 내린 것일까? 이것도 우리 사회의 병폐 라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은 정상적인 자기 업무를 한거뿐이다. 첩보를 가지고 정리를 해서 정식 절차대로 온 부하 직원들에게 결재를 해준 것 뿐이다. 거기서 고냐 스톱이냐를 정해줄 인물이 누가 봐도 고 해야 할것을 고 해준 것이 칭찬 받아 마땅할 일이라 보지 않는다. 그런데 워낙 비상식이 많으니까 그런거다. 

 우리나라의 질서를 흔들려고 적국의 테러리스트가 잠입하고 배를 침몰 시켜서 몇백명의 사상자가 났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책임자 라는 사람이 가장 먼저 빠져나와 한다는 짓이 주머니의 돈을 말리고 있었다. [타이타닉]을 보면 악사들은 끝까지 자기 일을 하고 선장도 침몰하는 순간까진 남아있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선장은 그러고 있었다는거다. 메르스 사태도 보라. 빨리 보건당국에서 조치를 제대로 취했더라면 결과가 달랐을거다. 우리나라가 그럴 능력이 없느냐? 바로 몇년 전에는 했었다. 국제 단체에서 당시의 방역 시스템을 칭찬도 했었다. 수십년 전 일도 아니고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에 있는데 그 시스템을 작동만 잘 시켰어도 이런 난리를 안겪었을거다. 어떻게 똑같은 국가에서 세대 변화가 크지도 않은데 이렇게 다르게 돌아갈수가 있나 생각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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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태오 캐스팅
- 시나리오 쓰던 중 류승범이 읽어봤었는데 "이걸 내가 하면 누가 봐도 [부당거래]의 성공을 재탕하려는거 밖에 안된다" 고 했고 일리 있는거 같아 애초에 캐스팅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배우에 거절을 많이 당했다. 배우의 입장 말고 회사의 입장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한때는 30대, 40대 배우에게까지 갔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지만 황정민과 붙을만한 배우가 많지 않았다. 나는 관객이 영화를 볼 때 선입견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포스터와 여러 정보를 보고 난뒤 머릿속에 자기가 보고싶은 것을 만들어 온다고 본다. 실제로 영화에 없었던 장면과 대사가 기억에 생기기까지 하니까. 스타들의 역할은 그런 선입견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황정민 선배와 붙을만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는 많지만, 대중이 원하는 것은 붙을만한 인물이 붙어줬으면 한다는거다.

 그러다 부산 영화제를 가서 유아인을 만나게 됐다. 이제 성인 연기를 보이고 싶어한다는 얘긴 미리 들었었고.  내가 [우리에게내일은없다]를 좋아해서 GV도 열었었는데 그때부터 서로 알고는 있었다. 이후 아레나 잡지에서 주는 시상식에서 또 만났고, 친하진 않지만 아는 사이 였는데, 부산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다 내가 [베테랑] 얘길 했더니 관심을 보이면서 자기 이메일을 가르쳐주며 회사 통하지말고 직접 달라고 했다. 그뒤 [유령] 이라고 [신촌좀비만화]에 수록된 단편을 찍고 있을때 전화가 왔다.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 근데 복덩이가 굴러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던게, 그땐 내가 캐스팅이 하도 안되니까 시나리오에 조태오에게 인간적 연민을 느낄만한 설정들을 넣어 배우가 좋아할만한 버전이었는데, 유아인은 오히려 조태오는 그냥 나쁜짓 하는 애 아니냐고 되물어서 놀랐다. 

 유아인은 아주 명석한 배우고 더 좋은 배우가 될거라고 보는게, 연기도 연기지만 자신이 특별한 사람으로서 가치 있는 삶을 사려는 태도가 있다는거다. 누군가에게는 겉멋과 객기로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경험해본 유아인은 정제되지 않은 것과 본심이 있다. 자신이 누리는것만큼 이것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잊지 않으려고 하는 배우다. 

Q. 미스봉 캐스팅
- 그전에, '미스봉' 이라는 이름에 불편해 하는 관객도 있더라. 왜 여자 형사에게만 그렇게 부르느냐는 말씀이었는데, 사실 영화에서 다른 형사들도 무슨 선배, 막내야 식으로 불렸다. 취재 결과 잠입 수사에서 남녀 커플로 들어가는게 많다고 해서 영화 초반 중고차 사기 건에도 커플 위장 잠입 수사를 썼고, 여기서 미스봉 이라 불렀던게 별명이 되어서 계속 부른건데, 비하 의도는 전혀 아니었으니 오해 마셨으면 좋겠다. 

 가장 늦게 캐스팅 된 배역이었다. 오디션을 많이 봤고 황정민 선배가 항상 같이 와서 상대 대사를 쳐주었는데, 모든 미스봉들이 예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했지만, 왠지 모두 배우 같은 느낌이 있었다. 장윤주 배우는 내가 좋아하는 [씬시티]의 미호 캐릭터와 닮아서 예전부터 호감이 있었다. 그러다 알고보니 영화 연출을 전공 했고, 무엇보다 탑 모델로 20년 했다는걸 보며 그것도 연기의 일종으로 활동해온거라 생각했다. 결정적으로는 '무한도전' 에 나온 발연기 에피소드를 보는데, 내 눈에는 프로그램의 컨셉을 잘 알고 발 연기를 '연기' 하고 있더라. 유명 모델이 워킹을 이상하게 하는걸 보며 딱 알았다. 그리고 황정민을 데리고 만나봤는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운이 장난 아니었다. 게다가 배우가 되겠다는 열정을 부리는것도 아니고 그냥 여러분 얼굴 보고싶어 왔다는 여유가 너무 좋았다. 대사를 시켜보니 지금까지 오디션 봤던 배우들과 다른, 훈련되지 않은 패턴이 보여 굉장히 재미있었다. 끝나고 황정민 선배도 이친구가 도움이 될거라고 했다. 나는 지금도 캐스팅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는 감찰반이 나간 뒤 괜찮냐고 묻자 너는 이게 괜찮아 보이냐고 화를 낼 때 아 왜 나한테 그래요! 하는 장면. 진짜 짜증이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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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장 좋아하는 대사
-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강수연 선배가 술자리에서 한 말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 썼다. 유사한 대사가 [베를린]에도 나온다. "나는 우리가 가난해도 당당하게 살수 있다고 믿는다" 나의 평소 생각이 그런거 같다. 이건 우리 아이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나는 부가 악이고 가난이 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좋은 부의 가치가 있고 좋은 부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현대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를 없애는건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다만 분배를 통해 그 간격을 줄이고, 최소한 젊은이들이 사회로 나올때 출발은 같은 선에서 하도록 만들어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얼마를 벌어야 행복한걸까? 재벌이 되면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 나는 가난하지만 즐거운 사람을 많이 만난다. 행복의 가치를 부에 두는 풍조가 문제다. 영화를 개봉할때도 기자 분들이 관객 얼마가 들었으면 좋겠냐 질문하고 천만 관객 얘길 해주길 바란다. 아니 그렇게 치면 나야 전 인류가 봐주면 좋겠지.. 특정 숫자로 재단하는건 그 숫자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경제적 이윤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영화인들은 여전히 시네마테크 가서 100년전 영화, 이를 테면 버스터 키튼의 무성 영화들을 보며 흥분을 느낀다. 

 자꾸 행복을 상대적으로 찾지 말아야한다. 어른들은 항상 우리보다 못한 집을 보고 행복해야한다 하셨지만 나는 좀 무서운 말인거 같다. 그냥 있는 그대로 행복할수 있는데.. 너무 내가 쥐고 있는걸 뺏기면 모든게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지금 비정규직 문제와 귀족 노조 문제도 그렇게 생각한다. 한 기업의 노조 협상에서 자기 자식들이 채용 될수 있게 조건으로 걸던데, 이건 음서제도 아니고 무섭다. 자기 인생과 자식 인생은 별개다. 우리, 식구, 공동체, 내가 잘되야 우리가 산다, 이런 것보다 개인이 더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국가의 미래 때문에 개인이 희생해야되는지 싶다. 물론 우리나라가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 해외 여객기를 타면 일본어 중국어 서비스는 되는데 우리 말은 안나오는게 안타깝더라. 외국 가보면 삼성은 알아도 삼성이 한국 기업인지는 모르더라. 근데 우리나라에선 삼성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생각하고 있고.. 근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Q. 전작들과의 가장 큰 차이
- 내가 10대 관객들을 의식했다는 것. 그동안 김영진, 이동진, 허문영, 김혜리 주성철 등 비평가들이 내 영화의 윤리적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다. 메세지는 알겠는데 꼭 이렇게 비참한 결말까지 가야하느냐 하는 의문을 비평을 통해 접하곤 했다. 그러다 이번에 왜 내 영화속 인물들은 져야하지? 스스로 짜증이 났다. 그래서 한번쯤 내가 응원하는 대상이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마침 영화를 찍을 때는 우리 사회가 집단 홧병이 걸린것 같은 상황이었는데, 우리는 그럴수 있지만 우리 애들한테까지 가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은 같이 가는거다. 80년대는 야만의 시대였지만 나는 영화 속에서 멋진 영웅들을 만났다. [폴리스스토리]의 성룡, [비버리힐스캅]의 에디 머피, [레이더스]의 인디아나존스. 지금 어른들의 세계가 이런데 "삼촌이 생각할때는 이건 좀 후지지 않니? 이런게 멋있지 않니?" 이런 것들을 얘기해야하지 않나 싶었다. 영화를 처음 만들때보다 촬영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커졌고 후반 작업에서는 더더욱 또렸해졌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흥행 때문에 15세 관람가를 계획했다. 하지만 10대들이 처음엔 "와 조태오 존멋" 이러며 보던 친구들이 얘길 하다보면 "야 근데 조태오 그새끼 좆같지 않냐?" "깍지 끼고 빠따 맞는거는 좀 아니지않냐?" 이렇게 본질적인 부분에의 감정이 툭툭 나올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에 너무 오바 해서 만든거 아니냐 하는 글에 댓글로 실제 사건 기사들을 막 올려주더라. 요즘엔 연관 검색어에 '베테랑 실화', '조태오 실제인물' 이 뜬다. 그런것들을 환기 시켜주는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10대들을 두려워하는 사회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굵직굵직한 근현대사의 저항은 10대들이 나섰던 것이다. 부마항쟁을 10대들이 시작했다. 그들이 기성 세대가 되고 우리가 해낸거야 하며 고착화 되어 니들은 우릴 따라오기만 해 하는 순간 위험해질수 있다고 본다. 지금 위험한건 10~20대들의 가능성을 우리가 닫아버린게 아닐까 하는거다. 저것들 맨날 인터넷에 게임만 하고 우리 말은 안듣고.. 40대 이상은 그냥 우리 살 길 잘 찾아가면 되고 걔들은 알아서 잘 산다. 걔들이 우릴 뒤집을까봐 겁을 내고 짓누를 생각 하지 말아야한다. 이런 영화를 통해서 10대들이 조금 더 이야기 할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가장 큰 차이이다. 

 대중 영화 감독은 어쩌면 좋은 교사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오락적인 기능도 유지 하면서 예술적인 비전도 잘 균형 맞추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어린 시절의 좋은 선생님을 떠올려보면 솔직하고 재미난 얘기로 끌어들인 다음 썰을 잘 풀고, 리드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이걸 왜 어렵게 생각했지 생각이 든다. 나는 메세지가 강렬하고 주제가 무거울수록 오히려 더 그런 태도를 가져야하는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더 영화가 어렵기도 하다. 친절하면서도 무게를 잃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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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순제작비
- 59억이다. 나와 제작진의 노하우로 싸게 찍었다. 앞서 말한 머스탱도 2대를 준비했었는데, 1대 오일 터진걸 조금만 버텨달라며 촬영했고 안 쓴 1대는 다시 중고로 팔았다. 초반 벤츠 나오는 씬은 자세히 보면 배우들이 차 안다치게 하려고 사뿐사뿐 움직이는걸 볼수 있다. 정두홍 무술 감독은 아예 '벤츠 긁힐 바에야 우리가 다치는게 낫다' 고 지시 했다. 황정민이 본네트를 미끄러져 넘어가는 씬에선 안에 담요를 스무장쯤 깔았고, 차 문에 사타구니가 걸리는 씬에서도 스턴트 후배 말고 문이 주저앉을 걱정부터 했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되는데,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된다" 이 대사는 우리 얘기 였다.

 실제로 나는 그동안 약속된 예산을 넘은 적이 거의 없다. 이건 나의 영화에 대한 태도 이기도 하다. 영화는 의식주가 아니고, 평생 극장 한번도 안가고 잘 사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액수가 오가는 한 편의 영화에 있어 우리가 모두가 봐야할 큰 의미를 담지 못한다면 직업적인 윤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을 함부로 쓰지말고 돈에 대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거다. 그래서 스탭들, 특히 액션 스탭들이 고생을 하는게, 돈이 많이 드는 장면에 앞서 액션 디자인과 테스트 촬영을 많이 해서 현장에서 발생할 변수를 최소화 하려는거다.

Q. 손익분기점
- 원래 280만 정도 였는데 여름 개봉으로 미뤄지며 마케팅비가 늘어 300만 정도 였다. 지금까지 내 영화는 [피도눈물도없이]와 [다찌마와리(극장판)]가 넘지 못했고, 나머지는 모두 넘었다. [아라한장풍대작전] 은 꽤 성공했다. 해외에 100만불 넘게 판매되었고, 해외 관객들이 날 처음 주목했던 영화 이기도 하다. 나에게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것의 가장 큰 의미는 다음 영화를 할수 있다는 것이다.

Q. 개봉 시기
- 명절의 성룡 영화를 생각하며 만든거라 원래 작년 추석 계획이었다. 그런데 촬영이 늦여름에 끝나는 바람에 불가능해졌고, 다음은 겨울 개봉을 생각했는데 [국제시장]이 나오며 황정민-오달수가 겹쳐서 미뤄졌다. 조금 지나 설날 개봉을 생각했더니 [국제시장]이 크게 성공해 설까지 와버렸고 [조선명탐정2]도 나오며 오달수 배우가 또 겹쳐 미뤄졌다. 결국 5월 개봉을 준비했는데, 원래 CJ가 여름 텐트폴 영화로 준비하던 [히말라야]가 겨울로 미뤄지면서 여름이 비어버린거다. 그래서 [베테랑]이 그리로 가게됐다. 나는 처음부터 여름 영화로 해줬으면 예산도 늘고 훨씬 더 좋았을거 아니냐고 불평하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갑자기 여름 영화가 되서 스트레스도 많았고, 정말 1위 생각은 안하고 손익분기만 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첫 기자 시사 후 반응이 좋았다. 유해진 선배는 [부당거래] 기자 시사 끝났을때만큼 반응이 좋은 느낌이라고 하더라. 기대치가 낮았던게 주효했던거 같다. 재미있는건, 개봉이 미뤄질수록 감독은 자꾸 영화를 손 보게 된다는거다. 기술 스텝들이 내 까탈스러움을 받아주느라 고생이 많았다.

Q. 영화 내용에 CJ(제작/배급사)가 불편해 했나?
- 나도 처음 투자 진행을 할때는 불편할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투자 결정을 회장이 하는건 아니니까.. CJ도 굉장히 심플하다. 이윤을 남기길 원하고 관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면 이게 맞다고 한다.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됐다. 혹은 상식선에서 정의의 가치에 대한 영화이니 자신들을 돌아보게 만들었을지? 다만 우리가 100억대 예산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적당한 선에서 끊겠다고 한거도 있으니까. 많은 분들이 자본의 성격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는데, 나는 돈은 그냥 돈인거 같다. 돈의 가치 같은건 없다고 생각한다. 자본이 모이는 방식이 투명하냐와 어떻게 돌아가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투자를 모으되 나쁜짓 안하고 정당하게 모으려는 사람이고, 사실 여기서 아니라 하면 다른데 가면 되는거니까. 나는 모두 등을 돌리던 상황을 경험해봤다. 예전에는 투자자들이 안만나주려던 때도 있었는데, [부당거래] 이후에는 악수 하는데 악력이 틀리더라. 내가 아내와 끼고있는 반지에는 '모든건 지나간다' 고 쓰여있다.


Q.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류승완의 아내) "영화 돈 벌려고 하는건 아니다"
- 2000년에 데뷔해 지금까지 와보며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짝패] 후 CJ에서 본격 투자를 할테니 제작사를 차릴 것을 권유했다. 원하는 영화를 만들수 있겠구나 싶어 '외유내강'을 차렸는데, 투자 받은 6억이 정말 순식간에 사라지는걸 보며 사업이 이런거구나 알게 됐다. 2008~9년, 투기 자본들이 갑자기 빠지며 영화계 빙하기가 찾아왔을 때는, 남의 사무실에 얹혀지내며 보증금 없이 월50 하는 상가 지하를 보러 다녔고, 직원들 퇴직금 마련해주려고 광고와 뮤직 비디오를 찍으며 버텼다. 그 기억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공도 순식간에 지나갈수 있다는걸 알고있고, 평생 한번 올까말까한 이 기회를 어떻게 더 잘 활용할까 정신 바짝 차리고 고민중이다. 일단 첫번째는 고생한 배우와 스탭들에게 보너스를 챙겨주는거다.



너무 많아서 1부 [베테랑] 이야기 까지만 끊습니다.

2부는 류승완의 지난 영화 이야기, 이제는 말할수있다

장박 장박
25 Lv. 68157/698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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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1등
와 저도 정리해서 올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올리시다니.. 2부도 기대하겠습니다. 부당거래 각본에 대한 이야기가 참 흥미롭더라구요.
22:48
15.09.05.
profile image 2등

재미있네요. 팟캐스트도 듣고 싶어집니다.

23:25
15.09.05.
포인트팡팡녀!
늘푸른
축하해~! 늘푸른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00:12
15.09.06.
profile image
와 정말 고맙습니다 잘 읽었어요
2부도 부탁 드립니다
05:00
1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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