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 대 1 화면의 영화
satt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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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씨의 신작 화면비가 2.75:1이라고 하네요.
2.75:1... 흔하지 않은 화면이죠.
제가 이 흔하지 않은 화면을 기억하게 된 건 [벤허] 때문입니다.
[벤허]를 어릴때부터 극장에서 TV에서 여러번 보기는 했었는데 처음으로 '원래' 화면비율로 봤던 건 90년대에 NHK 위성방송에서 방송했을 때였습니다.
보면서 처음 느낀건...
"진짜 길다..."
화면에 무슨 띠 하나 둘러놓은 것 같았습니다. 1.33:1 텔레비전 화면 한 가운데에 2.75:1 와이드스크린을 펼쳐놓은 거니까요.
그렇게 긴 영화는 처음 봤어요. 그 이전까지 TV는 물론이고 극장에서조차 '잘린' 화면을 봤었던 거죠.
[벤허]는 울트라 파나비전으로 촬영되었습니다.
65mm(70mm) 카메라에다 아나모픽 렌즈를 붙여서 찍은 거죠. 그래서 안그래도 짧지는 않은 2.2:1의 70mm 화면이 2.75:1이라는 극단적으로 긴 화면이 됩니다.
2.75:1은 아주 예외적인 화면이고, 70mm 극장은 2.2:1에 맞춰져 있습니다. 거기에 2.75:1 영상을 상영하려면 위아래로 마스킹을 해야하는 거죠. 아니면 진짜로 스크린이 2.75:1인 극장에서 상영을 하거나...
진짜로 스크린이 2.75:1(또는 2.76:1)인 극장이 있었습니다. 시네라마라고. 시네라마는 현대적인 극장의 시조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와이드스크린과 극장 서라운드 사운드는 시네라마를 일반극장에서도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머리를 굴리다 보니 나온 것들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시네라마는 좀 변태적인 상영관입니다. 35mm 카메라 3대를 가지고 촬영한 화면을 붙여서 초울트라와이드 화면을 얻어내고 상영할 때도 3대의 영사기를 동시에 틀어서 상영했죠. 화면이 너무 길어서 평면스크린으로는 감당이 안되서 둥글게 휘어진 스크린에서 상영했습니다. 사운드는 7개의 독립된 유닛으로 녹음한 소리를 7채널 서라운드 사운드로 상영했다고 합니다.
이런 변태적인 스펙이다 보니 영화를 만드는데도 유통하는데도 극장을 짓고 유지하는데도 돈이 너무 깨져서 결국 대중화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극장가가 불황이던 때에도 그 몇 안되는 시네라마 극장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카메라 달랑 한대만 가지고 일반 극장에서도 시네라마 비슷한 효과를 내보고자 개발된 것이 시네마스코프였죠. 시네마스코프도 시네라마에 비하면 화면이 짧은 편이었지만 70mm 울트라 파나비전이 개발된 뒤로는 카메라 한대만으로도 시네라마의 '화면비율'을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울트라 파나비전은 60년대가 지나고 70mm가 사실상 퇴출되면서 같이 사라졌지만 그 이전부터도, 안그래도 돈많이 들어가는 70mm 영화를 더 비싸게 찍는 거기 때문에, 70mm가 현역이던 당시에도 그 포맷으로 촬영된 영화는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수준입니다. 거기다 울트라 파나비전으로 촬영된 영화들은 전부 양옆을 잘라내고 스코프 화면비율에 맞춰 축소한 프린트로 일반극장에서도 상영되었기 때문에... 2.75:1이라는 특이한 화면비율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죠.
근데... 타란티노씨가 이미 화석이 되어버린 울트라 파나비전을 다시 부활시켰다는군요. 이제는 상영할 수 있는 극장도 거의 없을텐데... 이건 뭔가 악취미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만약에 타란티노씨가 다른 영화보다 더 커보이는 화면을 만들려고 2.75:1을 선택한 거라면... 제 생각엔 실수한 것 같아요. 현재의 대부분의 극장환경에서는 화면이 길면 길수록 화면이 더 작아보일 뿐이거든요. 가장 크게 보이고 싶었는데 실제로는 가장 작게 보이는 거죠. 요즘은 다른 영화보다 더 커보이고 싶어하는 영화는 옆으로가 아니라 위아래로 더 늘이는 추세잖아요.
미국에는 아직 시네라마 극장이 남아있다는 모양이고, 타란티노씨의 이번 영화도 시네라마 버전으로 나왔다고 하는 모양인데... 타란티노씨가 원한게 모든 관객이 시네라마 극장을 찾아가 영화를 보는 거였을까요?(디즈니의 배급 횡포를 디스한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만약에 타란티노씨의 의도가 크고 아름답고 넓은 화면을 보여주고싶어한 것이었다면, 아마도 현재로서 최선은 "2.35:1"의 "초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특별관에서 "4K"로 상영하는 것일 것 같네요. "" 친 세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김새게 됩니다. 2.35:1 보다 짧은 스크린이면 위아래로 마스킹할 공간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화면이 더 작아보이게 되고, 초대형 스크린이 아니면 2.75:1이라는 초울트라와이드 화면이 의미가 없고, 2.35:1의 초대형 스크린에서 2K로 상영하면 화질에 좌절하게 되므로...
2.75:1... 흔하지 않은 화면이죠.
제가 이 흔하지 않은 화면을 기억하게 된 건 [벤허] 때문입니다.
[벤허]를 어릴때부터 극장에서 TV에서 여러번 보기는 했었는데 처음으로 '원래' 화면비율로 봤던 건 90년대에 NHK 위성방송에서 방송했을 때였습니다.
보면서 처음 느낀건...
"진짜 길다..."
화면에 무슨 띠 하나 둘러놓은 것 같았습니다. 1.33:1 텔레비전 화면 한 가운데에 2.75:1 와이드스크린을 펼쳐놓은 거니까요.
그렇게 긴 영화는 처음 봤어요. 그 이전까지 TV는 물론이고 극장에서조차 '잘린' 화면을 봤었던 거죠.
[벤허]는 울트라 파나비전으로 촬영되었습니다.
65mm(70mm) 카메라에다 아나모픽 렌즈를 붙여서 찍은 거죠. 그래서 안그래도 짧지는 않은 2.2:1의 70mm 화면이 2.75:1이라는 극단적으로 긴 화면이 됩니다.
2.75:1은 아주 예외적인 화면이고, 70mm 극장은 2.2:1에 맞춰져 있습니다. 거기에 2.75:1 영상을 상영하려면 위아래로 마스킹을 해야하는 거죠. 아니면 진짜로 스크린이 2.75:1인 극장에서 상영을 하거나...
진짜로 스크린이 2.75:1(또는 2.76:1)인 극장이 있었습니다. 시네라마라고. 시네라마는 현대적인 극장의 시조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와이드스크린과 극장 서라운드 사운드는 시네라마를 일반극장에서도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머리를 굴리다 보니 나온 것들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시네라마는 좀 변태적인 상영관입니다. 35mm 카메라 3대를 가지고 촬영한 화면을 붙여서 초울트라와이드 화면을 얻어내고 상영할 때도 3대의 영사기를 동시에 틀어서 상영했죠. 화면이 너무 길어서 평면스크린으로는 감당이 안되서 둥글게 휘어진 스크린에서 상영했습니다. 사운드는 7개의 독립된 유닛으로 녹음한 소리를 7채널 서라운드 사운드로 상영했다고 합니다.
이런 변태적인 스펙이다 보니 영화를 만드는데도 유통하는데도 극장을 짓고 유지하는데도 돈이 너무 깨져서 결국 대중화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극장가가 불황이던 때에도 그 몇 안되는 시네라마 극장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카메라 달랑 한대만 가지고 일반 극장에서도 시네라마 비슷한 효과를 내보고자 개발된 것이 시네마스코프였죠. 시네마스코프도 시네라마에 비하면 화면이 짧은 편이었지만 70mm 울트라 파나비전이 개발된 뒤로는 카메라 한대만으로도 시네라마의 '화면비율'을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울트라 파나비전은 60년대가 지나고 70mm가 사실상 퇴출되면서 같이 사라졌지만 그 이전부터도, 안그래도 돈많이 들어가는 70mm 영화를 더 비싸게 찍는 거기 때문에, 70mm가 현역이던 당시에도 그 포맷으로 촬영된 영화는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수준입니다. 거기다 울트라 파나비전으로 촬영된 영화들은 전부 양옆을 잘라내고 스코프 화면비율에 맞춰 축소한 프린트로 일반극장에서도 상영되었기 때문에... 2.75:1이라는 특이한 화면비율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죠.
근데... 타란티노씨가 이미 화석이 되어버린 울트라 파나비전을 다시 부활시켰다는군요. 이제는 상영할 수 있는 극장도 거의 없을텐데... 이건 뭔가 악취미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만약에 타란티노씨가 다른 영화보다 더 커보이는 화면을 만들려고 2.75:1을 선택한 거라면... 제 생각엔 실수한 것 같아요. 현재의 대부분의 극장환경에서는 화면이 길면 길수록 화면이 더 작아보일 뿐이거든요. 가장 크게 보이고 싶었는데 실제로는 가장 작게 보이는 거죠. 요즘은 다른 영화보다 더 커보이고 싶어하는 영화는 옆으로가 아니라 위아래로 더 늘이는 추세잖아요.
미국에는 아직 시네라마 극장이 남아있다는 모양이고, 타란티노씨의 이번 영화도 시네라마 버전으로 나왔다고 하는 모양인데... 타란티노씨가 원한게 모든 관객이 시네라마 극장을 찾아가 영화를 보는 거였을까요?(디즈니의 배급 횡포를 디스한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만약에 타란티노씨의 의도가 크고 아름답고 넓은 화면을 보여주고싶어한 것이었다면, 아마도 현재로서 최선은 "2.35:1"의 "초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특별관에서 "4K"로 상영하는 것일 것 같네요. "" 친 세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김새게 됩니다. 2.35:1 보다 짧은 스크린이면 위아래로 마스킹할 공간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화면이 더 작아보이게 되고, 초대형 스크린이 아니면 2.75:1이라는 초울트라와이드 화면이 의미가 없고, 2.35:1의 초대형 스크린에서 2K로 상영하면 화질에 좌절하게 되므로...
sattva
추천인 11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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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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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13:45
16.01.09.
rocky
와 엄청 기네요ㄷㄷㄷㄷ
14:38
16.01.09.
2등
한번만이라도 2.76:1 영화를 제대로 보고싶네요
13:46
16.01.09.
3등
오두막 장면이 대부분인데,왠? 이랬는데,생각해보니 오두막안의 인물들을 한눈에 보면
장관이긴 하겠어요.설경은 당근 장관일테고..예전 대한극장에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본걸
떠올려 보면요.
장관이긴 하겠어요.설경은 당근 장관일테고..예전 대한극장에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본걸
떠올려 보면요.
13:54
16.01.09.
그러게요 왜 ? 볼수도 없는데 찍었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ㅠㅠ
16:37
16.01.09.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글입니다. 결국 궁극의 화질을 원하게 되네요. 영화를 좋아하다 보면...
16:50
1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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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느낌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