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우리] 환생보다 놀라운 노승과 린포체의 인연
"당신을 모시는 게 제 삶인걸요."
다리가 푹푹 빠져 걷기가 힘들 정도로 눈이 덮인 산을 오르던 스승이 린포체에게 말했다.
그들이 살던 라다크에 머물 수도 있었지만, 모두가 린포체를 배척하는 상황에서 스승과 린포체는 티벳으로 향한다. 목적지에 갈 수도, 가지 못할 수도 있지만 단지 린포체를 위해서 시작한 3,000km의 여정.
정치적 상황과 물리적 거리 때문에 티벳에 가기 어렵다는 건 스승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떠나기로 한 이상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 곳만을 향해 걷는다.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몰라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건 사실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사랑 아니었나.
그런데 린포체의 스승은 그 놀라운 일을 한다. 린포체와 함께 웃으면서, 장난치면서, 가끔은 힘겹지만 감내하면서.
라다크에서 티벳까지 3,000km. 그들은 산과 들을 걸어 결코 닿지 못할 것 같은 곳으로 향한다. 두 달 반 여 간, 소와 자동차가 뒤엉켜 정신없는 인도의 어느 도시, 별이 땅에 있는 듯한 도시의 야경을 지나고, 티벳의 코 앞에 선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몰아치는 눈보라.
그리고 내가 여기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들은 티벳에 발을 들이기는 커녕, 눈보라 때문에 티벳을 보지도 못한다. 그런데, 티벳에 가지 못해 꺼이꺼이 우는 린포체를 달래며 스승이 말한다. 또 올 수 있을 거라고. 린포체가 분 나팔 소리를 티벳의 제자들도 들었을 것이라고. 지금까지 걸어온 3,000km는 별 것 아니었다는 듯 린포체를 위로한다.
그렇게 한 점의 미련도 없이 탁 털어낼 수 있을 정도의 사랑은 도대체 얼마나 깊은 것일까. 게다가 '나'라는 존재는 없는 것 마냥, 내 앞에 떨어진 상황에 일말의 저항심도 없이 온전히 받아들이는 저 마음은 또 어떻고.
결국 두 사람은 티벳에 가지 못하지만 린포체를 받아줄 사원을 찾는다. 그리고 스승은 다시 라다크로 돌아가야 한다. 스승은 헤어짐을 앞두고 기분이 좋지 않은 린포체를 위해 눈싸움을 제안한다. 실상은 이끼가 시퍼렇게 자란 봄이지만. 그들은 정말 눈이라도 펑펑 내린 것처럼 깔깔대며 눈싸움을 한다.
린포체의 삶은 참 잔혹하고 구슬프다. 부모에게서 떨어진 것으로 모자라, 이젠 스승과도 헤어져야 한다. 행복이 넘치는듯 허공에 보이지 않는 눈덩이를 던지는 린포체와 스승을 보며 오열을 했던 건,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들이 더 즐거워 할수록 나는 당장에라도 영화를 멈추고 싶었다. 더 못 보겠더라. 마음이 아프다는 말로는 설명이 어렵다.
그러나 스승은 다시 모든 걸 내려놓고 미련 없이 떠난다. 마음은 아프지만,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그래서 린포체가 인사를 하고 사원으로 향할 때 몇 번이나 다시 불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지만.
그들이 다시 만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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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