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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의 공동묘지 (1968) 한국 공포영화의 원형.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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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한국의 공포영화다.

요즘 공포영화는 일본의 사다코, 중국의 강시, 미국의 좀비 등 외국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이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사라진 우리나라의 공포영화의 원형이 아쉬어질 때가 있다.

img (1).jpg

월하의 공동묘지를 볼 때면 내가 어릴 적 고향에 가는 산길에 얽힌 괴담이 생각난다. 

고향에 가려면, 한낮에도 그늘이 끼어있는 음습한 고개를 넘어가야 했다. 고향으로 가는 좁은 길이 다른 사잇길 없이

똑바로 그 고개를 지나 나아갔기 때문이다. 대개 그 길에는 사람이 없었다. 거기 길가에,

풀이 무성히 자란 무덤이 있었다. 

일제시대 순사에게 살해당한 처녀의 무덤이라고 했는데, 시체의 머리카락은 지금도 무덤 안에서도 길게 자라고 있다

는 것이다. 비가 오면, 무덤 흙 속으로부터 길다란 머리카락이 흘러나온다고 했다. 당시 무덤을 지날 때면, 이런 상상이 들어 무서웠다. 퍼렇게 썩어가는 여자의 시체가 소복을 입고 저 속에 누워있고 그 머리카락과 손톱과 이는 지금도 길게 자라고 있다 - 그런 까닭에, 월하의 공동묘지에 나오는 이 장면이 나는 가장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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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아서는 위의 장면을 보고 이게 뭐야 하고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하지만 1968년 관객들에게는 엄청나게 무서웠을 것이다. 월하의 공동묘지에 나오는 장면들이 

나로서도 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공포영화는 지금은 사라진 토속적인 공포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으면 지금은 화장을 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방 안에서 삼베천으로 싸고 꽁꽁 묶었다. 마치 미이라처럼.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인간이 생명 없는 물체가 되어

삼베 안에 들어가 꽁꽁 묶여서 시체냄새를 풍기며 방안에 누워있다. 그리고 관 안으로 들어간다.

나도 어릴 적에 이 과정을 다 본 적 있다. 이 영화의 공포는 우리나라의 장례문화 그리고 전통적으로 죽음을 다루는 방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 영화에 나오는 공포스런 장면들이 생생하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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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자라고 이빨이 늘어나고 손톱이 길어지고 - 이거 다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 드라큘라가 아니다.

무서우라고 꾸며낸 것도 아니다. 

이빨이 진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피부가 수축되면서 이빨이 늘어나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당시 사람들이 친숙하게 보았던 죽음의 모습이다.

영화 처음에 무덤이 갈라지며, 죽음을 상징하는 소복을 입고,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고 이빨은 길어 있고

손톱이 긴 여인의 귀신이 나왔을 때, 당시 관객들은 엄청나게 무서웠을 것이다. 상상의 산물이 아닌, 

당시 사람들이 직접 겪었던 죽음의 모습이었을 테니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별다른 해꼬지도 안하는 여자귀신의 모습에 왜 그렇게 놀라고 무서워했는지 이해가 간다. 

 

th (2).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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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또 한 가지 강조하는 것은, 당신도 저렇게 된다는 사실이다. 영화 처음에 변사가 나와서 

"지금부터 해설을 담당하겠습니다"하고 시작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잘 생긴 변사가 오래 전에 죽은 시체로 변한다. 

얼굴은 흘러내리고 이는 길게 자라 흉칙하다. 당신도 결국에는 저렇게 된다 하는 소리다. 

밤의 공동묘지에는 흙무덤들이 무성하다. 그들은 모두 썩어가는 나무조각을 하나씩 안고 있다. 당신도 죽어 

저렇게 나무조각을 하나 안고 누워 썩어갈 것이다. 영원히...... 이 영화 처음은 이렇게 시작한다. 

요즘 공포영화에서 볼 수 없는 장례문화와 죽음에 대한 접근방식에 바탕을 둔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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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버젼에서는 보았는데, 요즘 필름에는 안 나오는 장면이 있다. 밤의 공동묘지를 보여주다가 그 중 한 무덤 앞에서 미친듯이 망치로 비목을 두드리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얼굴은 안 나온다. 이것도 공포스럽다. 슬슬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미친듯이 온힘을 다해 몸부림치듯 망치질을 한다. 그리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영화를 다 본 다음에야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된다. 아무도 없는, 밤의 공동묘지에 왜 이 사람이 있는가? 사람인가, 귀신인가?  

th (3).jpeg

영화는 살해 당한 어머니귀신이 아이를 지키고자, 자신을 죽인 사람들에게 복수한다는 전형적인 복수담이다.

사실 어머니귀신이 특별히 해꼬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범인들의 마음 속에는 악마가 있다. 어머니귀신은 그것을 증폭시키는 일을 한다. 나머지는 자기들이 알아서 파멸한다.

img.jpg

이 영화를 최근 리메이크해서 월하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생각했던 대로, 생명력 없는 공포도 없는 밋밋한 영화였다. 이 영화의 공포를 지탱하던, 그 정신적 기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이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아버린 공포영화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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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뭔가 그 시절만의 분위기랄지 아우라가 있죠. 싼티나면서도 박력 있는 아날로그 특수효과와 조명 등..
12:05
24.04.24.
BillEvans 작성자
golgo
그 조명의 그로테스크한 활용이 이탈리아 호러영화 감독 마리오 바바에게서 온 것이라고 하더군요. 마리오 바바는 대가가 색채를 활용하듯 그런 세련된 걸작들을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좀 다르게 사용되었죠. 화끈한 공포를 창출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요.
12:09
24.04.24.
profile image 2등
공포 아니죠 코믹 영화죠 ㅎㅎ 그래서 한국 공포 영화가 좋아요.. 특히 70~80년대 공포 영화가 최고..
12:43
24.04.24.
BillEvans 작성자
호러블맨

그 영화에서 공포를 느껴야 되는 포인트에서 요즘 관객들은 공포를 느끼지 못하죠. 유현목감독의 걸작호러영화 "한"에서도 요즘 관객들은 화끈한 공포를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후일 미래 관객들은 링에 나오는 사다코의 동작을 보고 배를 잡고 웃겠죠. 

14:53
24.04.24.
profile image 3등
합의된 생활양식과 심리적 바탕이 없으면 공포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얘기군요...
16:35
24.04.24.
BillEvans 작성자
잠본이
그렇습니다. 이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가 왜 그렇게 무서운 영화였는지 지금 관객들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바로 위의 댓글만 봐도요......
20:27
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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