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 개저씨
존 윅을 봤습니다.
사실 보고 온 지는 좀 되었는데 앉아서 글을 쓸 여유가 없어서 조금 밀렸네요.
오늘 밤까지 넘기면 익무 시사로 본 킹스맨이 더 밀릴 거 같아서 졸린 눈을 비비며 글을 씁니다. 오타가 많겠어요.
저는 이 영화 촬영사진을 보면서 '음? 별로겠는데?' 라고 생각했었어요.
머리 모양이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그런데 의외로 해외평이 좋더군요.
심지어 매트릭스 이후 키아누 리브스의 최고작이라는 말까지..와우. 기대해볼만 했습니다.
자 그럼 뚜껑을 열어볼까요.
존 윅은 일종의 킬러농담 장르영화입니다.
킬러라는게 우리 생각보다 훨씬 전문직이고 조직적이며 체계가 갖춰져 있고
심지어 우리 사회에 느슨하게 걸쳐져 있다는 일좀의 음모론이죠.
한국에서도 회사원이라는 영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 영화를 안 봤으니 더 언급하진 못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진지한 액션영화와는 살짝 거리가 떨어져 있는 셈이에요.
존 윅의 능력치가 훨씬 과장되어있거나 허세스러운 조직과 운영자의 모습은 농담의 한가지일 뿐이죠.
이런 농담의 재미는 얼마나 우스꽝스러우면서 그럴싸한 걸 제시하느냐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존 윅의 정체를 알면서 한 번 들러나 보는 경찰이라던가 킬러들이 묶는 호텔 같은 농담은 그럴싸했어요.
영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아내를 잃고 슬퍼하던 남자가 있어요.
그에게 아내의 마지막 선물로 강아지가 한마리 배달됐네요. 뭐 그럴 수 있죠.
그런데 멋지게 차를 몰고 나갔다가 마주친 양아치들이 밤에 침입해와서 차를 훔치고 강아지를 죽이고 맙니다.
그런데 사실 그 사내는 존 윅이라는 이름의 이름난 킬러였어요. 그것도 킬러를 죽이러 보낼 정도의 실력자...
그리고 그 양아치는 유명한 조직 보스의 아들이네요. 흠. 이제 치고받는 것만 남았군요
네, 영화는 전개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시작하고 눈 깜빡 할 사이에 강아지는 죽어버리고, 키아누 리브스는 총을 들고 달려나가요.
애초에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마케팅 포인트는 킬러들을 가지고 하는 농담과 키아누 리브스를 앞세운
스타일리쉬한 액션입니다. 감정을 차곡차곡 쌓는데는 별로 관심이 없단 이야기죠.
이러면 부작용으로 허공에 붕 뜬 액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감독은 강아지와 키아누 리브스를 넣은거지요.
일단 강아지라서 감정이입이 빨리 됩니다.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좀 더 막나가는 영화였다면 아이를 넣었겠지만 그러면 농담을 하기엔 너무 쎄지죠.
그러니까 잠깐 나왔다 살해당해도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할 역할로 강아지는 제 격인 셈입니다.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 이 배역은 배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입니다.
사실 저는 이 배우가 훌륭한 배우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특정 이미지에서 놀랄만큼 멋진 소화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매트릭스? 나쁘지 않았죠. 콘스탄틴? 황홀했습니다. 네. 그는 그냥 쓸쓸하고 혼자 남은 이미지에
최적화된 배우에요. 실제 그의 삶도 어느정도 포개져있죠. 영화는 이런 그의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도입부가 이상하리만큼 짧고 전개가 빠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감정선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이 두가지를 가져왔기 때문이죠. 강아지와 키아누 리브스.
사실상 설정에서 존 윅을 전설의 킬러로 내세웠기 때문에 좀 오래 쉰 것 같아 보임. 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그와 제대로 맞설 수 있는 킬러가 없는거나 다름없죠. 존 윅은 격투에도 능해 보이고 (유술?) 총기류도 잘 다룹니다.
스티븐 시걸이 젊었을 때 나온 영화를 보면서 스티븐 시걸이 겨우겨우 이기는 걸 기대하긴 어렵죠.
존 윅도 그렇습니다. 물론 그는 절대무적이 아니지만 엥간한 상대는 모두 쉽게 이기죠.
이런 밸런스 붕괴에서 액션의 재미를 느끼려면 그 액션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워져야겠죠.
존 윅은 유술과 사격을 결합한 꽤 재미있는 액션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특히 잘 계산된 나이트클럽 시퀸스 같은 경우는 확실히 '시원한' 맛이 있어요.
총 소리가 아주 멋드러지게 디자인되어 있으므로 음향효과가 큰 극장에서 보는 게 영화를 두 세 배 재미있게 해줄겁니다.
그렇다면 복수극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제 생각에 이건 거의 맥거핀에 가깝습니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영화의 정서가 방향을 틀기 때문이죠.
실수-복수극-조직과의싸움 식으로 점차 확장되어 가는 '사고'는 존 윅과 양아치같은 보스의 아들에서
잘 나가던 시기를 그리워하는 조직의 보스과 존 윅의 관계로 중심이 이동합니다.
그건 그들에게 로망 같은 거에요. 굳이 마커스를 자기 방식대로 처리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거나
존 윅을 잡아놓고 구식으로 처리하려는 건 그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았던 때를 그리워하기 때문이죠.
물론 이러한 구닥다리정신은 그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런데 그의 마지막 대사를 들어보세요.
이건 감독이 하는 말입니다. 감독은 80년대~90년대 홍콩영화가 가지고 있던 낭만과 과장을 사랑하는 것 같죠.
정리를 좀 해봅시다.
그러니까 존 윅은 더 레드같은 영화 옆에 놓을 수 있는 '과장된 인간살인병기들'류의 농담과
그들의 세계관을 그럴싸하게 제시하는 동시에 낭만과 쓸쓸함이 가득찬 허세형 느와르를 양 손에 들고 있는 상업영화입니다.
이 기묘한 동거가 입 맛에 맞지 않는다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음' 도장을 찍고 손을 털며 나오면 됩니다.
하지만 저처럼 '웰 메이드에선 거리가 멀지만 재미있는 시도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환영할 만 하네요.
이렇게 되면 사실 테이큰 옆에 둬야 할 것 처럼 포장된 마케팅은 영화의 안티처럼 작용될 겁니다.
이 영화는 그렇게 끝까지 화끈하고 싶어하는 영화도 아니고,
존 윅이 개를 그렇게 사랑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오늘 이 글을 쓰기 전에 이 영화가 흥행실패중이란 글을 보았습니다.
아아 가슴이 아파요. 이 영화의 실패가 가슴 아픈 걸 보면 저도 비 맞으며 칼춤을 추던 두 사람 즈음에 가까운
이제 늙어가는 세대에 속하기 때문일까요? 영웅본색2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엄첼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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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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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도 개를 그렇게 사랑하는 것 같진 않았어요.^^
개 키워본 사람은 알죠.누구도 그 개를 대신할 수 없다는걸.최소한 닮은 개를
데리고 갔어야죠.존윅은 그냥 내것을 건드려서 빡 돈게 아닐까 싶더라구요.
근데,그게 이해가 가요.저도 내 물건 누가 건드리면 식구라도 빡 돌아버리는지라..^^
전 이 영화를 전혀 좋아할 수 없었지만 이 감상문은 꽤나 괜찮은 변호물이네요.
좋은 글 기대합니다.
흥행 실패는 아마 상영관 부족이나 이런게 아닌 이미 영화가 토렌트 등 불법으로 풀려나간것 같더군요...
시사회 보고 친구에게 '야 이거 재밌다 꼭보셈' 이랬는데 토렌트로 떠서 폰으로 볼꺼라고....
확인해 보니 진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