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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 (1979)

류상욱 류상욱
63566 0 8

연쇄살인범을 통해 본
인간 사회의 병폐

復讐するは我にあり (이마무라 쇼헤이, 1979)

내가 처음으로 보았던 이마무라 쇼헤이의 영화는 <우나기>였다. 나는 파리에 혼자 여행을 갔었고, 거기에서 일본어를 모르는 나는 이 영화를 불어자막으로 보게 되었다. 사실 10여전인 그 때 나는 이마무라 쇼헤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었다. <우나기>는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게 높은 평가를 얻어내지 못한 것 같지만, 나에게는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일단 영화가 너무 맑았다. 그 해맑은 일본 시골의 풍경 속에서 벌어지는 야쿠쇼 코지와 시미즈 미사의 사랑 이야기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다.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고 그 아내를 죽인 남자는 교도소에서 가석방이 된 후 시골에서 이발소를 연다. 그는 자살기도를 한 여자를 구해주는데, 그녀는 정신이 좀 이상한 어머니와 사기꾼 같은 남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시도했다. 이후 그녀는 그의 이발소에서 일을 한다. 시미즈 미사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야쿠쇼 코지는 교도소로 돌아가면서,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낳아서 잘 보살피라고 말한다. 그는 형기를 채우고 돌아오면, 누구의 아이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아이를 돌볼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기르던 뱀장어(‘우나기’)에 그렇게 말한다.

이마무라 쇼헤이는 뱀장어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것일까? 1979년에 제작된 <복수는 나의 것>에도 뱀장어가 등장한다. 연쇄살인범 에노키즈(오가타 켄)와 그가 묵고 있는 여인숙 주인 하루의 어머니는 황폐한 분위기의 뱀장어 양식장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다. 할머니는 “바깥 세상은 변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에노키즈는 “그래요. 세상은 매일 점점 더 나빠지고 있죠”라고 대답한다. 이 시기는 1964년이었다. 이 영화는 실제로 존재했던 연쇄살인범 니시구치 아키라에 관한 사키 류조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 실제 모델이 있었던 연쇄살인범 에노키즈의 이야기를 통해 이마무라 쇼헤이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나면, 그 대답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난감함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주인공 에노키즈라는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매우 복잡한 내러티브 양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허구와 다큐멘터리가 결합된 양식이라고 편하게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섬세하게 연결되는 이야기의 구조를 보여준다. 그러한 복잡한 내러티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 역시 쉽지 않은 질문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산길을 올라가는 경찰차들의 행렬을 볼 수 있다. 이 때 연쇄살인범 에노키즈는 체포된 상태이다. 경찰들은 조서를 꾸미면서 에노키즈에게 행적을 밝히고 범행을 자백하라고 말한다. 이후로 플래쉬백이 이어지는데 시간과 공간의 연대기를 무시하고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래서 그것을 일관되게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에노키즈는 트럭운전사 둘을 살해한다. 이 범행의 동기는 명확하기 않다. 피해자들에게서 돈을 빼앗기는 하지만, 그것은 큰돈은 아니었다. 매우 리얼하게 재현되는 그 살해 장면은 소름끼칠 정도이다. 에노키즈는 손에 묻은 피를 자신의 소변으로 닦아내기도 한다. 냉혈한이고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에노키즈이지만, 솔직히 그가 살인을 저지르는 동기를 찾기는 힘들다. 단지 살인을 저지르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기 위해 그가 살인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것이 이 영화를 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당황함의 원인들 중의 하나이다.

에노키즈는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사기 행각을 벌인다. 그는 대학교수, 변호사 등으로 위장을 해서 사기를 친다. 한 여인숙에 투숙을 하는 에노키즈는 여관 주인에게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한다. 여관을 운영하는 여자는 살인전과를 가지고 있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가끔 찾아오는 한 남자의 첩이다. 그런데 그녀는 김치를 담근다. 그것으로 보면 그녀가 재일교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김치가 건강식품으로 홍보되기 훨씬 전인 1960년대에 일본에서 일본인이 김치를 담아먹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재일동포가 아닐까라는 짐작을 하게 하는 다른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여인숙 주인은 에노키즈와 섹스를 하기도 하는데, 결국 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텔레비전과 신문 그리고 현상수배범 포스터가 일본 전역에 에노키즈의 존재를 알리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 영화는 1960년대 일본 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제 일본은 미디어의 네트워크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1964년 동경올림픽을 계기로 경제발전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전 세계에 과시한다. 물론 이러한 발전의 이면에는 그 성장의 과실에서 제외되고 뒤처지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에노키즈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그런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에노키즈는 기차와 페리선을 이용해서 일본의 여기저기로 도피생활을 한다. 이것 역시 신칸센의 개통으로 상징되는 교통의 네트워크를 반영한다. 에노키즈의 행적을 따라 카메라는 끊임없이 이동한다. 이것은 장소의 이동뿐 아니라 시간의 흐름까지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카메라에 의해 구현된다.

에노키즈는 특이하게 가톨릭 신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전쟁 당시 일본군이 찾아와서 에노키즈 아버지에게 배를 내놓으라고 강요한다. 그의 아버지는 왜 가톨릭 신자들에게만 배를 내놓으라고 강요하느냐고 항의를 한다. 그 와중에 어린 에노키즈가 일본군을 각목으로 때리게 된다. 그러자 그 아버지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순순히 배를 내놓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에노키즈는 아버지에게 겁쟁이라고 소리를 친다. 그 이후로 에노키즈는 불량한 소년이 되고 소년원을 들락거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그 아버지의 설명이다. 이 종교적 배경이 에노키즈가 연쇄살인범이 되는 한 원인이 되었으리라고 짐작을 할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 그것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찾기는 힘들다.

벳푸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에노키즈의 아버지는 병든 아내 그리고 며느리(에노키즈의 아내)와 함께 살아간다. 그런데 이 며느리가 좀 특이하다. 그녀는 시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하는데, 단순하게 존경하는 것이 아니다. 시아버지를 남자로서 사랑한다. 그녀는 목욕을 하는 시아버지에게 와서 등을 밀어주겠다고 하며 성적인 접촉을 시도한다. 영화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실제로 성관계를 가지는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이 며느리의 존재는 이 영화에서 특이하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에노키즈의 연쇄살인과는 무관하게 보이는 이 며느리의 존재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것은 일본사회 내에서 가족관계의 특이성을 보여주는 것인가? 아니면 연쇄살인범 남편을 둔 아내가 가지고 있는 고독감의 뒤틀린 표현인가?

실제로 이 영화에서 에노키즈 역시 성적인 에너지를 과도하게 가지고 있는 남성으로 그려진다. 대학교수로 위장해 여관에 투숙하고서 여자를 불러달라고 여관주인에게 요구한다. 경찰들은 에노키즈와 관계를 가졌던 여러 여자들을 심문하기도 한다. 연쇄살인과 사기범죄를 저지르는 에노키즈가 이른바 정상적이고 제어 가능한 욕구를 가진 인간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는 그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방법으로 섹스와 살인을 선택했다. 그에게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윤리관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섹스를 한 역무원을 찾아가서 돈을 뜯어낸다. 또 자신의 아버지에게 며느리를 두고 포주 노릇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따지기도 한다. 에노키즈의 병든 노모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기도 여자이고 남편을 며느리에게 뺏기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 가톨릭이라는 그 집안의 종교에 비추어 볼 때, 그 가족의 질서는 상당히 이상하게 설정되어 있다. 이런 측면은 이마무라 쇼헤이의 인류학적인 관심, 즉 인간사회의 원초적인 욕망에 대한 해부를 시도하는 그의 영화적 세계에서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마무라 쇼헤이는 일본 사회의 현실을 그리려고 했고, 그것은 인간 육체의 아래 부분을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가 중심을 이룬다. 이것으로 그는 일본 사회의 구조를 드러내려 했다. 인간의 욕망은 어떤 경우에는 제어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너무 많다. 에노키즈는 전혀 제어되지 않는 케이스일 것이다. 그의 아버지와 며느리는 그 일탈의 경계선에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복수’는 이루어지는가? 그 복수는 누가 누구에게 행하려고 하는 것인가? 에노키즈가 노동자나 나이든 변호사 그리고 불쌍한 여관의 여주인 등을 죽이는 것이 복수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에노키즈는 아버지에 대한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아버지를 죽이지는 않는다. 끝까지 아버지에게 큰소리를 치며 일말의 존경심도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죽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에노키즈의 아버지와 아내가 그의 유골을 뿌리려고 바다에 가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아버지와 아내는 에노키즈의 뼈를 공중으로 던진다. 그런데 프리즈 프레임으로 그 뼈들은 공중에 멈추어 버린다. 이 장면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에노키즈의 원초적 에너지가 그 뼈에 남아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는 일본 땅을 떠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가? 그렇게 계속 일본 사회에 대한 ‘주온’이 되겠다는 뜻일까? 결국 에노키즈는 일본 사회에 대해서 복수는 한 것일까? 불쌍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에서 어떤 정당한 의미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행위에서 항상 논리적 정당성을 찾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이마무라 쇼헤이는 인간 사회의 더럽고 추잡함을 영화에 담으려고 했다. 어쩌면 그의 그런 생각은 옳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실제로 그런 더럽고 추잡한 사건들이 인간 사회에는 넘쳐나니까 말이다. 이마무라 쇼헤이는 탁월한 ‘인류학자’였고, 섬세한 영화작가였다. <복수는 나의 것>은 지금 다시 보아도 미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그리고 여전히 충격적이다. 하여 다시금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있다. 연쇄살인의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므로.

류상욱 류상욱
16 Lv. 25501/26010P

익스트림무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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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에
전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생각했었는데 일본영화가 있었군요! 보고 싶어지네요
21:58
09.03.03.
베로니카
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너무 충격을 받았는데...
결국 녀석은 복수 하고 싶은 대상-아버지-에게 복수도 못하고 엉뚱한 약자들만 죽이는 살인범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며느리와 시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특유의 독특한 유머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아무리 반항하고 날뛰어도, 결국 가장 그 자리에서 자기를 믿어주고 기다려줄 것 같은 아내가 자신이 가장 미워하는 아버지를 가장 큰 남자로 믿고 의지한다는 게..
(복수의 대상을 결코 용서할 수 없게끔 만드는 이유를 만듦과 동시에, 사회적 문제의식을 뛰어 넘어 고대 그리스의 오에디푸스 콤플렉스 식의 아버지세대에 대한 반항이랄까..)

테라야마 슈지식으로 말하자면, 늙은 이들의 능구렁이같은 애교에 자기 여자를 빼앗긴 것일테고(심지어 며느리의 성욕까지 걱정해서 외간 남자까지 며느리 방에 넣어주시는 시아버님의 센스.~♥)
여자 입장에서 보면, 힘든 일상에서 함께 살붙이며 살기도 바쁜데 나이 중년 넘도록 반항정신을 주체못하는 남편에 대한 증오의 발로이기도 할테고.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황당하달 수 밖에 없는 이야기지만, 결국 자기 업보일테고..
여관 주인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어쩌다 운 나빠서 몸주고 마음주고 애배고 애까지 죽게되는.......(그 부분이 이 영화의 캐릭터의 진면목?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인정사정 없는 야비한 녀석이, 가장 증오하는 아버지는 죽이지도 못하고.....)


동명의 한국 영화 <복수는 나의 것>도 있지만, 전 그 영화 전혀 마음에 들지 않고,
하드보일드한 제목에 합당할 만한 포스를 갖추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겠죠.

영화 자체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만, 따지고 보면 더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p.s.저도 극중 시아버지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 수 없는 여자라.
부끄..
16:00
09.03.07.
Ryu Sang Wook
베로니카
음, 아주 독특한 해석이군요. 댓글 고맙습니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마음에 들었다...인간의 마음은 참 알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13:15
09.03.08.
베로니카
어머,;;
전 여자들은 모두 다 저같은 줄 알았는데..
그게 독특한 건가요?

좀 의외로군요. ^^;;

(언젠가 읽은 어느 평론가의 리뷰에 따르자면, 이마무라 쇼헤이는 페미니스트들이 지지한 감독이라는데..
저도 그 말에 공감했더랬습니다.
전 이마무라 쇼헤이가 여성의 심리를 꽤 실감나게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살인마 남편을 둔 부인이 다른 남자와 새로운 인생을 산다는 것이 오히려 힘든 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병상련이든 뭐든..

그게 이마무라 쇼헤이가 하층민이나 인간 사회나 인간에 탐구에 대한 깊이를 보여주는 부분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집안이 카톨릭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긴 한데..
저도 종교가 카톨릭이지만 감독은 종교의 위선적인 부분을 시아버지를 통해 드러냄과 동시에 종교의 선적인 측면 역시도 부각시켰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카톨릭에서는 절대적으로 금기시하는 것 중 하나가 이혼이라는 것이고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은 사랑(과 타인이 오른쪽 뺨을 때리거든 왼쪽 뺨을 내밀라는 정신까지도 내포된 희생)입니다.
아버지는 며느리의 성욕까지 걱정할만큼 며느리에 대해 연정을 느껴하지만, 아내가 죽을 때까지는 며느리와 직접적인 성접촉이나 이혼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 역시 위악적인 주인공이나 바라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가증스럽고 위선적인 시아비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일테고, 그런 시아버지에게 연정을 느끼는 여주인공은 보통의 시선에서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여자로 보이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구요.
주인공이 반항하게 된 계기가 된 아버지의 비굴한 태도 역시도 종교적인 정신때문이 아닌가 싶고..


영화를 뜯어 발기면서 꼼꼼히 따지려니 좀 유치한 것 같아 더이상 분석은 중략하겠습니다만.
여하튼,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오죽 신경써서 만들었을까, 싶은 작품입니다.
설정이나 캐릭터 구축, 상황전개나 인물의 행동 묘사와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까지....
류상욱님 말씀처럼, 미학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류상욱님 리뷰도 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처럼 주관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서도 짚을 건 다 짚어주시는 리뷰.
이런 리뷰가 보고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나저나 저도 댓글 고맙습니다. 댓글 안봤으면 전 세상사람들 모두 다 저처럼 생각하는 줄 알뻔 했습니다. ^^)




,라고 어제 댓글 달려다 보니... 다시 생각했는데, 전 제 생각이 독특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전 지극히 대한민국 '평균' 여자의 상식을 가지고 있고..
여자 심리로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관계를 생각하건데,
오히려 인간은 다 똑같이 비루하기 때문에 며느리나 시아버지나 마찬가지였을거라 생각합니다.
말씀 하신 것처럼 남편이 단순한 반항아나 문제아가 아닌 살인마라는 것에서 보통과는 다른 애정이 필요했을지도 모르지만, 실상 그보다 그따위 사실보다, 결국 인간은 다 똑같습니다.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며느리나 시아버지나 살인마나.
성욕에 눈 멀고 성적 희열을 위해 불륜을 저지르고, 자기 만족을 위해서라면 대상이 누구든-시어머니가 상처를 입든, 여관주인이 자기 애를 뱄든- 그따위 것은 신경쓰지 않고, 자기만 생각하는 존재. 인간은 어차피 빤하디 빤한 존재고 누구나 똑같습니다.

삶의 방식만 다를 뿐, 인간사는 어차피 똑같은 것 같습니다. 슬프지만 그게 진실인 듯 하구요.

(왠지 좀 저답지 않게 칙칙한 결말로 마무리되었네요. ^^
여튼, 글 잘읽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16:04
09.03.09.
베로니카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가장 위험한 것은 ....
극중 주인공처럼, 살인만 하지 않았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자기보다 약자라 생각하는 사람들만 골라 못살게 괴롭혀대다 남들 보이는 곳에서는 극중 종교핑계, 능력핑계대며 비굴한 모습으로 아들에게 분노감을 일으킨 시아버지처럼 자기가 유혹하고 싶은 이성에게'만' 선한 척, 무능한 척, 반성하는 척...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보다, 책임은 회피하고 끝끝내 타인의 호감을 사기위해 위선떠는 행위를 선보이는 사람들입니다.
극 중 시아버지는 역겨운 위선자이긴 했지만, 종교인으로서 품위를 지키기위해 끝까지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시아버지는, 패전 이후 미군의 침공을 받고 무능한 개처럼 되어버린 일본 아버지세대의 상징적인 '모습'이기도 하겠죠.

그런 윗세대들을 보며 자란 극중 주인공 세대에 대한 분노를 자신의 재치와 독특한 유머감각으로, 인생에 대한 통찰력으로 여성 VS 남성, 세대간의 갈등과 역사적 갈등, 개인의 갈등과 집단 혹은 가족, 나아가 사회적 갈등으로 총체적으로 이끌어 낸 이마무라 쇼헤이는 이 영화만으로도 충분히 거장 임을 입증한 것일테죠.

그가 계속해서 건드려온 문제-역사-와 그의 노인에 대한 탐구를 엿보자면, 극중 역겨운 위선자인 시아버지야말로 현인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며느리에게 다른 남자를 소개해준다는 발상을 하는 만큼 다소 엉뚱하고, 그 상황에서 성호를 그으며 자기 욕망을 억제하는 모습은 쇼헤이 감독만이 보여줄 수 있는 블랙코메디구요. 자신은 종교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을 가려가며 욕망을 참으면서 자기 본분은 하고,
비굴하다 소리 듣고 아들-자신을 가장 존경하고 따라줘야 할-에게 증오 받는 존재지만, 결국 노인의 지혜라는 것이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낙천적이고 해학적으로 풀리는지.........

이마무라 쇼헤이의 영화는 바로 그런 점을 건드린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노인을 현인이라 묘사했다는 제 생각은 이 영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쇼헤이 영화를 총체적으로 생각해서 이끌어 낸 것입니다.
극 중 시아버지의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제가 시아버지가 좋다고 했던 것 역시 '상대적 이유'일 뿐입니다.


에로?! 개인적으로 상당히 야한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마무라 쇼헤이보다는 에로 전문은 홍상수 감독일테고(그 감독은 그것'만' 잘하는 감독이죠)
성과 인간의 삶을 원시적이고, 동물적으로 탁월하게 버무리는 사람은 역시 이마무라 쇼헤이밖에 없는 듯 합니다.)




*아, 인터넷으로 괜찮은 블로거의 글을 새로 발견해 읽다가 생각난.
루이스 브뉴엘이 있군요,
유럽엔 부뉴엘, 동양엔 쇼헤이. : )
16:05
0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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