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기억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다
이번에도 좋은 자리에서 쾌적하게 관람했습니다. 중후반부에 앞쪽에 계신 관객분께서 지나치게 몰입하신 바람에 음료수를 쏟으셨는데, 그 순간 소름이 확 돋으면서 영화에 더 몰입되더군요.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부터 보는 것이지만 흥미로운 소재와 전개로 끝까지 몰입감을 유지합니다. 클라이막스에서는 두 가지 석연찮은 부분 때문에 맥이 조금 풀리지만 감정적인 고조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거기에 설현 씨가 나옵니다.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의문이 드는 걸 스포일러를 피하는 선에서 몇가지 말씀드리자면,
1. 민태주는 순경인데 순경 같지 않다는 점. 본서에 정보과 순경이면 파출소장쯤은 편하게 대해도 되나 싶었습니다. 민태주라는 캐릭터에 섬뜩한 면이 숨겨져 있음을 보이려는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대표격인 경찰 조직에서 말투나 행동이 좀 튀긴 합니다.
2. 클라이막스에서 제 기준으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장치가 등장합니다. 전세가 뒤바뀌는 중요한 물건인데 그갈 어떻게 입수했는지 보여주지 않은 채 사용하면 흐름이 끊긴 느낌이 들거든요.
3. 살인자의 수법은 일정합니다. 그래서 연쇄살인범을 특정할 수가 있죠. 대상, 장소, 시각, 수법, 뒤처리까지 맥락이 이어집니다. 그건 살인마의 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런데 클라이막스에서는 그 부분이 의도된 건지 모르겠지만 김병수나 민태주 둘 다 다른 식의 수법을 동원합니다. 원래 자신들의 수법이 통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그 순간이 원체 특별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직접 영화관에서 판단해보시는것도 하나의 재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4.김병수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서 민태주의 움직임을 제대로 쫓지 못하는 건 이해하지만, 극적 재미를 위해 개연성을 대사로 처리하는 부분이 몇군데 있습니다. 민태주가 김병수의 집에 몰래 침입한 적이 있다는 걸 대사로만 처리했는데, 그 부분도 한번 언급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관객으로 하여금 민태주를 의심했다가 김병수에게로 의심의 방향을 돌리게 하는 것도 좋았겠는데, 아무래도 그런 장치가 다른 부분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처리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민태주가 대놓고 나 범인이오 하는 늬앙스를 풍겨서 그런 부분을 누르기 위해 썼어도 좋을 법 했습니다. 구체적인 건 영화관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엔딩 부분은 GV에서 원신연 감독님 설명을 들으니 더욱 와닿았습니다. 이번 시사회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금 익무 운영진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영화를 보니 원작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영화로서의 완성도가 높은 편입니다. 9월에 대작들 틈바구니에서도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평점- 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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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