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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흥분 감상기 (초스크롤 압박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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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흥분해서 <라스트 제다이> 이후로 처음으로 글을 썼는데, 주체하지 못해 너무나도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지인과 영화 관련해서 설전(?)을 벌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약간 말투가 공격적인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것도 죄송합니다..

끝까지 읽으실 분이 없을 것 같아, 마지막에 자체(?)적인 4줄 요약 달았습니다...

 

1. 들어가기 전에

 

 

직접적인 스포일러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으나, 영화를 최대한 온전하게 즐기고 싶은 분들은 관람 전 읽는 것을 지양해주길 바란다.

 

 

표기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작품의 정식 제목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등장하는 괴수를 '고질라'로 일원화하여 표기한다.

 

 

본인이 실제로 관람한 고질라 시리즈를 분명하게 명시한다. <고지라(1954)>, <고지라·모스라·킹 기도라: 대괴수 총공격(2001)>, <신 고질라(2016)>, <고질라(1998)>, <고질라(2014)>,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가 그것이다.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듯 본인은 고질라 시리즈의 팬을 자처하기는 어려우며, 확실하지 않은 추측이 다소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더불어 작품마다 워낙 성격이 판이한 시리즈의 특성상 애초에 일반화하여 설명하긴 어려우므로, 오리지널 <고질라(1954)>를 중심으로 논의하게 될 예정이다.

 

 

2. 두 가지 특성: 괴수물 + 호러물

 

 

본인이 이해한 바에 따르면, 고질라를 다루는 영화들이 갖는 특징은 두 가지 차원에서 구분되며, 이는 고질라를 받아들이는 지리적(문화적) 요인과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첫 번째로는 일본에서 특촬물/괴수물 장르에서 고질라가 갖는 상징성을 이해할 수 있다. 토호의 쇼와, 헤이세이, 밀레니엄 시리즈를 거치며 일본에서만 30편이 넘는 고질라 영화들이 제작되었다. 더불어 안노 히데아키의 <신 고질라(2016)>,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2014)>, 애니메이션 <GODZILLA(2017~18)> 시리즈까지 최근까지도 그 생명을 불어넣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규모와 역사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일본의 근해를 건너는 순간 고질라는 사람들에게 낯선 영화가 되어버린다. 호불호의 수준을 넘어 고질라라는 브랜드 자체가 관객들에게는 아무런 어필을 하지 못한다. 현대 헐리우드 수준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인형옷의 조악함과 미니어처 및 CG의 이질감이 심각하게 두드러지는데다, 이야기의 개연성보다는 (등장하는 괴수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시리즈 작명 방식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어설픈 괴수들의 스펙터클에 주목하는 특촬물의 본래적 특성은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진하게 컬트적인 향기를 풍긴다. 애초에 이들은 내수용 목적으로 제작 상영되며 일본의 전통극에 가까운, 그 전통과 형식에 대한 애정이 필수적인 장르로 취급된다. 물론 헐리우드 역시 <아나콘다>나 <피라냐> 등과 같은 B급 괴수물의 전통(?)이 존재하나, 결국 이들의 기원은 <죠스>인 바, 부족한 개연성과 특수효과를 스릴러/코미디 장르의 장치들을 이용해 보완하며, 무엇보다도 일본 특유의 특촬물로서의 성격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질라 시리즈와는 차이가 있다. (<킹콩>은 엄밀히 구분하자면 의인화된 동물 드라마에 가깝다)

 

 

결국 고질라의 보다 보편적인 특성을 끌어내야 하는데, 그것은 결국 신화성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일본을 벗어난 대부분의 해외 매체에서 독보적인 인지도를 지닌 <고지라(1954)> 는 호러영화로 분류된다. '핵'에 대한 공포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는 평을 받는 <고지라(1954)>는 괴수물, 특촬물이기 이전에 호러물, 더욱 정확하게는 재난물에 가깝다. 새롭게 추가되거나 강화되는 괴수들 간의 치열한 혈투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해지는 과정이 B급 정서와 연결된다면, <고지라(1954)>는 따라서<더 씽(1982)>나 <에이리언(1979)>와 연결되는 A급 영화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물론 이러한 등급의 구분은 질적 차이를 내포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해당 시리즈 속에서 오리지널 고질라가 갖는 중요한 위치는,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면서도 오만한 인간과, 그에 대한 코즈믹호러적인 심판이 고질라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준다는 점이다. 고질라는 선악으로조차 설명될 수 없는, 불가해하고 불가항력적인 자연 그 자체이다.

 

 

사실 이러한 설명은 고질라 시리즈가 낯설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사실의 나열일 것이다. <고지라(1954)>는 B급 영화의 특성과 A급 영화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으며 그것이 고질라만의 매력이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누군가는 두 특성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을 것이다) 어려운 것은 이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부활시키느냐는 것이다.

 

 

(고질라 시리즈에는 정치/권력에 대한 시니시즘 역시 존재하나, 개인적으로 고질라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와의 관련성이 떨어지므로 배제했다)

 

 

3. 몬스터버스의 고민

 

 

'특촬물/괴수물'로서 전자가 지닌 특성은 한계점에 해당하는 듯하지만 오히려 쉽게 해결 가능하다. 헐리우드의 대자본과 기술력 앞에서, 괴수들은 얼마든지 현대의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생명력을 부여받을 수 있다. 영화의 상업성이 제작 과정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겠으나, 이미 다양한 경로로 '덕후 마켓'의 시장성은 증명되었으며,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를 비롯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들과 <쥬라기 월드> 시리즈로 명실공히 초대형 제작사가 된 레전더리 픽처스의 확고한 의지 앞에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이들은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몬스터버스 시리즈의 제작에 착수한 상태다) 더구나 이러한 시도 자체가 특촬물/괴수물 팬들의 거부감을 살 가능성도 없다. 그들이라고 해서 고질라가 인형옷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거나 CG가 너무 뛰어나다고 비판할 가능성은 없지 않겠는가. 애초에 특촬물의 특성은 대부분 자본과 기술력의 한계를 '감안'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에 가깝다.

 

 

물론 이때 특촬물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것이 괴수물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은 고려 가능하다. 한마디로 '괴수가 나오는 영화'라는 것 자체가 이미 수요를 한정시킨다는 것이다. 타당하지만, 문제를 조금 더 정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변신로봇이 나오는 영화'가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시리즈화되는 과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괴수가 로봇보다 더 징그러울 수는 있어도, 괴수의 존재 자체가 흥행을 막는다고 보는 것은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더불어 이는 <킹콩> 시리즈에 대한 대중의 평가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불공정한 처사다.

 

 

오히려 <고질라> 시리즈가 지닌 가장 큰 문제는, 거꾸로 인간을 영화의 주역으로 만드는 순간, 그 작품은 <고질라>가 아니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말한 후자 '신화성'의 문제에 해당하며, 반대 선상의 괴수인 <킹콩>과의 차이점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우리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두 시간 동안 영화관에 앉아 있도록 만드는 것은 휴먼 드라마의 존재다. 이 드라마는 흔한 헐리우드 서사처럼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경우도 있고, 영화제나 평단이 사랑할 만큼 짜임새 있고 독창적인 서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영화에서 내러티브의 '독창성'이나 '완성도'는 관객을 몰입시키는 핵심적인 요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 앞에 얼마나 어려운 문제가 제시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주인공의 여정이 얼마나 극적이냐에 달려 있다. (관점에 따라 이것이 '완성도'가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평가에서 완성도는 '개연성'에 집중하기 마련이며, 개연성이 낮더라도 완성도가 높은 영화는 얼마든지 존재하므로 이는 구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를 인정하는 순간 영화의 '장르'에 따른 '질적 차이'를 인정하는 게 되어버린다)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를 위시로 한 몬스터버스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에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간들은 존재하는데, 이들의 드라마를 강화하는 순간 영화는 <고질라>가 아니게 된다. 혹은 <고질라>에 걸맞는 인간의 드라마는, 결국 고질라라는 존재에 의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 해결을 맞게 될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 <고지라(1954)>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오고 있는 비판은 특수효과에 치중하느라 인간들의 이야기가 희석되거나 소멸되었다는 것인데, 사실 이것이 고질라 시리즈의 'A급' 본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겹도록 다시 말하지만, 'A급'이라는 표현은 질적인 의미가 아니다) 인간은 자연,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상징하는 괴수들 앞에서 무력하며, 그 변덕 앞에 쓰나미처럼 쓸려가는 존재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적인 세계관을 떠올려보자. 신들은 애초에 인간적인 존재이거나, 아니면 선한 인간을 구원하고 악한 인간에게 천벌을 내리는 존재다. 어느 쪽이든, 흥미로운 이야기란 인간의 드라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고질라는 그 어떤 주인공들의 드라마를 담고자 하더라도, 결국 플롯의 기승전결은 괴수의 변덕을 중심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괴수들이 <킹콩>과 같은 감정이입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인간이 개입하지 못하는 영역에 군림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포기하는 순간 더 이상 <고질라>가 아니게 된다.

 

 

4. 딜레마에 대한 접근법

 

 

이러한 딜레마 앞에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일종의 절충적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영화에서는 괴수들 간 전투에 인간의 드라마를 당위적으로 개입시키려는 집요한 집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동시에 앞서 말한 괴수들의 불가해하고 불가항력적 특징을 놓치지 않고자 했기에, 자연스럽게 인간 행위와 괴수 활약 사이의 인과적인 연결은 이 영화에서 느슨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무의미해 보이는데도, '우리가 도울 차례'라며 고질라를 지원하는 주인공들의 행동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지점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선악의 흑백 논리를 최대한 벗어나려는 영화의 시도와 종종 상충하기도 한다. 주인공들이 '권선징악파' 악당들의 논리에 맞서는 행동 근거가 명료하게 느껴지지 않고, 결국 가족 신파로 빠지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주제는 '88~'95년까지 연재했던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가 훨씬 심도 있게 다룬다)

 

 

물론 제작진 입장에서 다소 억울할 수는 있다. 오리지널 <고지라(1954)>만 하더라도 인간이 개발한 옥시전 디스트로이어를 이용해 고질라를 소멸시키는 데 성공한다.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고질라는 적어도 이보다는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발전한 고질라의 '초자연성'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해가기 시작했으며, 작품 내 여러 근거상 사실상 불사신의 영역으로 넘어선 이후 고질라의 누적된 특성들까지 빌려온 것은 분명하므로, 이 점은 여전히 아쉽게 느껴진다.

 

 

5. 딜레마의 해결 가능성

 

 

동일한 주제의식을 놀랄 만큼 훌륭한 방식으로 담아낸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1993)>이 존재한다. 거대한 괴수가 등장한다는 표면적인 유사성 외에도,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들은 공포와 절망 속에 오직 생존을 위해 발버둥칠 수밖에 없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그 예측 불가능성이 최후의 순간 구원으로 돌아오는 <쥬라기 공원>의 내러티브는 놀라울 만큼 흡사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물론 스필버그 이후의 쥬라기 공원 및 월드 시리즈는 이러한 주제로부터 점점 이탈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쥬라기 공원>에서 휴먼 드라마는 최대한 배제된다. 스필버그를 헐리우드식 해피엔딩 가족 드라마의 대표주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의외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애초에 스필버그를 거장이 아니라 상업영화 감독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쥬라기 공원>에는 해먼드와 손자들의 가족 관계, 앨런과 엘리의 연애 관계가 존재하긴 하나 이들은 오로지 단 하나의 목적 하에서만, 즉 '공포'라는 요소에 필요한 만큼만 기능적으로 사용된다. 그밖에 인간들이 표출하는 감정이란 오로지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동경과 경외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스필버그는 영화의 주제의식으로부터 내러티브를 끌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주제의식을 정확하게 담아내는 동시에 클라이막스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그 장면' 역시 스필버그가 제시한 아이디어로 알려져 있다) <쥬라기 공원>의 방식을 적용하자면,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인간들은 괴수들의 싸움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무력할 만큼 필사적이어야 한다.

 

 

다른 대안의 가능성은, 공교롭게도 또 다른 스필버그의 걸작 <우주전쟁(2005)>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스필버그는 <쥬라기 공원>에서 배제되었던 휴먼 드라마를 플롯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이 영화에서도 스필버그의 선택은 정확하다. 우주적인 스케일의 재난은 인간이 맞설 대상이 아니다. 주인공 레이의 목적과 유일한 행동 동기는 가족의 보호이며, 이 영화에서 인간의 영웅 심리 따위는 무의미한 것으로 묘사된다. 자연히 외계인의 침략 목적과 그들의 격퇴 방법은 영화의 주안점이 아니며, 제대로 묘사되지도 않는다. 이는 <쥬라기 공원>의 반대 지점에서 주제의식과 내러티브의 완벽한 공존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경우 대중적 호응의 측면에서 성공했느냐는 질문에 답하기엔 미묘한 지점이 존재한다. 영화를 전공하는 동기들 사이에서조차 <우주전쟁>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는 사실 드물다) <우주전쟁>의 방식을 적용하자면,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인간들은 괴수들의 싸움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력할 만큼 필사적이어야 한다.

 

 

6. 평가 기준으로서의 '스토리'

 

 

그럼에도, 이 글의 목적은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를 옹호하는 데 있다. (불행히도 분량 안배에 실패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일반 관객에서부터 평론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가치에서 '시나리오'가 절대적인 요인을 차지한다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관점이 아직까지 통용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영화라는 매체의 구성 방식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러한 사람들은, '연출'과 '각본'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따라서 각본가가 따로 존재하는 영화의 경우, 감독의 재능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는 영화의 이미지, 편집, 사운드와 같은 요소들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들은 왜 <그래비티>의 시나리오가 독창적이지 않으면서도 그토록 화제를 불러일으켰는지 '진짜 우주 같다'는 표현을 남발하는 것 이외에 납득 가능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둘째, 그 이외의 요소는 글로써 평가하기 난해한 지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해는 문자 매체를 중심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언어의 논리만으로 시청각매체인 영화의 특징들을 담아내기란 대단히 어렵다. 이러한 경우, 평론가들조차 단순히 이야기를 요약한 뒤 뜬구름 잡는 추상적이고 증명 불가능한 작가주의 철학을 늘어놓기 마련이며, 분석이라고 해봤자 눈에 띄는 롱테이크 따위의 기술적 요소를 설명하는 데 치중하기 마련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관객은 영화의 구성요소 가운데 '각본 외에는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평단은 '각본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기에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지는 영화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7. '신화적' 스펙터클

 

 

굳이 분량을 할애하여 사변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옹호를 위해서는, 이 영화에서 스펙터클이 (내러티브가 아닌) 스토리보다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다.

 

 

괴수들을 신화적인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러한 신적 존재의 현현에 수반되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들은 각자 번개의 노란 빛, 화염의 빨간 빛, 혹은 방사능(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푸른 빛으로 대변되며, 이들의 등장은 대기를 각각의 색으로 물들고 요동치게 만들면서, 싸움의 무대가 되는 인간 세계를 탈지구적인 환경으로 변화시킨다.

 

 

인간의 구조물들과 대비하여 거대한 괴수들의 크기를 강조하는 장면, 손쉽게 대기권 위로 날아오르거나 순식간에 대륙을 붕괴시키는 결투 장면 따위는 이제 헐리우드 스케일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의 기시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영화에는 몬스터버스만의 특징적인 연출로 평가받을 만한 요소들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에 등장하는 신들의 격돌은, '히어로'들이 보여주는 물리법칙을 벗어난 속도감을 강조한 움직임이나, '공룡'이나 '킹콩'들이 보여주는 날렵하고 위협적인 맹수의 움직임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지점에 있다. 각 괴수에게 배정된 형형색색의 후광은 그들의 부피와 질량을 넘어선 '초자연적 재해'의 위압감을 즉물적으로 담아내며, 이는 '악마'나 '마법'의 지구적인 스케일의 사악함을 보여주는 연출 방식과도 명백하게 구분된다. 이는 적어도 우리가 아는 걸작 판타지 영화들에서도 보여지지 않았던 특징이다.

 

 

영화의 '이미지 연출'을 고민하는 지점에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고지라(1954)>를 비롯한 고질라 시리즈에 담긴 주제의식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그들을 현대적으로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된다. 스토리(이 경우 내러티브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에 있어서의 절충적 시도는 이러한 스펙터클의 성취에 비할 바 없는 작은 흠으로 보여진다.

 

 

 

...너무 길어졌네요...

자체적인 4줄 요약.

 

 

1. <고질라(1954)>의 매력은 인간의 개입 또는 통제 가능한 영역을 넘어선 초자연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존재라는 것.

 

 

2. 그런데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이러한 불가해한 괴수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발단-과정-해결까지 인간 위주의 개연성을 마련하려다보니 내러티브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함.

 

 

3. 차라리 <쥬라기 공원>처럼 인간들의 심리적 절망감에 주목한 '공포물'의 특성이나, <우주전쟁>처럼 가족의 생존 드라마를 그린 '재난물'의 특성을 위주로 내러티브가 구성되었다면 좋았을 거 같음. 어느 쪽이든 인간의 무력함이 핵심이 되어야 함.

 

 

4. 그럼에도,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영웅을 넘어선 '신화적인' 스펙터클을 완성했다는 데서 자체적인 가치를 지님. 영화는 시청각 매체의 특성을 지니며, 따라서 스토리가 이미지보다 중요하다는 편견(눈요기밖에 없다는 결론)에 얽매여서는 안 됨.

 

결론 : LONG LIVE THE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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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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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보기 전에 참고하려고 들어왔다가 팬심이 느껴지는 좋은 글에 감동받고 갑니다. 도움 많이 됐습니다!

10:47
19.05.30.
2등

그냥 이글 보고 생각한건데 고질라와 인간의

공감 부분을 더 강조시켰다면 어땠을까요

가족애라고 하기엔 너무 뒤죽박죽 ㅠㅠ

말씀하신 부분들 많이 공감이 됩니다

12:24
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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